“종교개혁가들을 통해 다시금 신앙의 본질 돌아볼 수 있길”

수년간 많은 교회를 그려왔던 이근복 목사가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종교개혁자 8인’이라는 주제로 붓펜담채화전을 열었다.

이근복 목사는 지난 20일 평화나무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약자와 동행한다거나 하는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렸다”며 “신앙의 본질을 종교개혁가들한테서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17일부터 열린 붓펜담채화전은 오는 3월 14일까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문화공간 ‘길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을 맡고 있는 이근복 목사다.

교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 훈련을 주로 하고 있다. 평신도, 신학생, 목회자들을 교육하는 일을 한다.

이전에는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노동자 선교를 했고,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근 총무로 일하기도 했다. 또 NCCK 교육훈련원장과 크리스천 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림은 얼마나 그리셨나?

고등학교 시절 미술 특활반을 했었다. 그러다가 사역으로 인해 그림과 좀 멀어졌는데, 1998년도쯤 섬기던 교회 맞은편 서대문 도서관에서 그림을 가르쳐 줘 다시 그림을 배웠다. 3, 4년을 배웠는데, 이후 NCCK 훈련원장으로 가며 배울 시간이 없어서 혼자 연습했다. 그러면서 붓펜과 가는 펜을 써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채화를 그리고 자연 풍경을 그렸는데, 사촌 동생이 100년 넘는 교회들을 한번 그려보는 게 어떠냐고 해서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100년 넘은 교회가 천 개가 넘더라. 그리고 100년이 넘지 않아도 주요 교단 대표적인 교회들도 많아서 ‘뉴스앤조이’에 한 3년 6개월 정도 연재했다. 그리고 그걸 묶어서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교회와 관련된 그림을 많이 그리셨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손가락질도 많이 받고, 개혁의 대상이 됐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교회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교회는 많은 문제로 인해 그런 영향력들이 다 훼손됐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 가치들을,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해 그리게 됐다.

직접 교회에 방문해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했는데, 일반 언론사들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림을 소개하는 이근복 목사(사진=평화나무)
그림을 소개하는 이근복 목사(사진=평화나무)

이번 전시회 주제가 ‘하나님 손에 붙들린 종교개혁자 8인’이다.

코로나 시절 한국교회가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감염병으로 비대면 예배를 드려야 했는데, 대면 예배를 드리다가 사회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았다. 또 이전부터 ‘개인주의’, ‘성공 주의’, ‘기복신앙’ 등으로 교회의 본질이 계속 훼손됐다.

사실 한국교회는 산업선교, 농민 선교, 통일운동, 민중 선교 등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형성해 그 위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그 토대는 사회적 신뢰에 있다. 그런데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약자와 동행한다거나 하는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렸다. 또 성장주의에 매몰되고, 물질주의에 매몰되며 급속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예수께서 사랑하고 아끼던 약자와 동행하지 않고 이런 것들로 인해 교회가 추락했다. 이 모든 게 종교개혁의 정신, 개혁교회 신앙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요즘 대형 교회 목사들은 마치 왕처럼, 교주처럼 행세한다. ‘하나님, 까불지 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나님을 제쳐두고 자기가 드러나는데, 이런 건 정말 반신앙적이고, 반복음적이고, 반종교 개혁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신앙의 본질을 종교개혁가들한테서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뿌리가 프로테스탄트니까 개혁 신앙의 뿌리를 보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장로회신학대학교 박경수 교수에게 자료를 요청했고, 함께 작업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첫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가 열리는 ‘길담’도 의미가 있는 곳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인 박성준 선생이 인문학 강좌를 위해 만든 곳이 길담 서원인데, 그곳을 이렇게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문화공간 길담에 전시된 이근복 목사의 그림들(사진=평화나무)
문화공간 길담에 전시된 이근복 목사의 그림들(사진=평화나무)

작품 하나하나가 엄청 섬세하다.

한 작품을 그리는 데 보통 30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 벽돌 한장 한장도 모두 신경 써서 그린다. 벽돌 한 장에도 종교개혁자들의 눈물과 고통, 고난과 아픔, 신앙의 열망, 믿음이 다 담겨있다. 그렇기에 그걸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교회를 그린다. 그러다 보니 어깨를 다쳐서 고생을 하기도 했다.

이 그림들이 단지 기독교인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도 다가가야 하니까 훨씬 더 친근감 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해 열심히 최선을 다해 그렸다.

벽돌 하나하나 일일이 손으로 세어 가며 그린다는 이근복 목사(사진=평화나무)
벽돌 하나하나 일일이 손으로 세어 가며 그린다는 이근복 목사(사진=평화나무)

가장 기억에 남거나 소개해 주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동굴교회 그림과 존 녹스의 무덤 그림이다. 동굴교회는 입구도 정말 좁고, 들어가면 아무런 빛이 없다. 조그마한 바위 틈새로 하늘이 보이는데, 바위들을 그리는 게 참 힘들더라.

그리고 존 녹스의 무덤은 지금 주차장으로 돼 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려야 한다고 생각해 본인은 자기가 시무하던 세인트자일스 교회 지하 주차장 23번에 묻혀있다. 그게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주고 인상적이었다.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존 녹스의 무덤(사진=평화나무)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존 녹스의 무덤(사진=평화나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교회가 추락을 멈추고 질적으로 변화하고, 그 변화된 토대에서 새롭게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바른 신앙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때로는 과감하게 용기를 내기도 해야 하는데, 그런 뜻을 가진 목회자나 교인들이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이나 개교회 하나는 힘이 없다. 긴밀하게 연대하고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

연대하고 끊임없이 신앙과 교회의 본질을 성찰하고 한다면, 하나님께서 1885년 이 땅에 복음을 전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쓴 많은 사람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많은 관심 가져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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