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의 공간에서 정치 행사로 진행하기 위해 말씀까지도 팔아 먹는 이들을 방관하지 말 것"
"부활절연합예배 참여를 통해 명성교회 부자세습에 완전한 면죄부 준 것"
"장소 변경 불가할 시 교회협이 부활절연합예배 준비할 것 "
"장소 결정 과정도 문제, 일방적 결정은 월권이며 잘못"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NCCK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 및 주최하고 있다. (출처=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SNS)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NCCK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 및 주최하고 있다. (출처=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SNS)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가 한국교회교단장회의 부활절준비위원회가 주관하는 ‘2024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예배 장소가 명성교회인 것과 결정 과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NCCK는 지난 7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서 2024년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을 보고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보수와 진보가 연합하는 일치의 장이 될 것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행위원과 총회대의원, 우려와 반대 표명하며 사퇴 

NCCK 72회기 실행위원이었던 이은재 전도사(기독교대한감리회)와 총회대의원이었던 전남병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가 위원직을 사퇴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전도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 계정에 “교단장들은 ‘보수’와 ‘진보’의 일치라는 허울을 내세워 부활의 가치를 짓밟고 있습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부활절 연합예배를 통해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불러들이고 개신교의 세력을 과시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일입니까”라며 NCCK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어 “교단장기리의 야합 속에 부활을 팔아 사리사욕을 챙기는 행태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명성의 공간에서 정치 행사로 진행하기 위해 말씀까지도 팔아 먹는 이들을 방관하지 맙시다. 에큐메니컬의 이름을 호도하며 예수의 가르침마저 왜곡하는 거짓 선지자들의 선동을 단호히 거부합니다”라며 위원직 사퇴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전남병 목사도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2024 부활절연합예배가 부자세습으로 지탄받은, 한국교회에 큰 오점을 남긴 명성교회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NCCK가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을 위해 참여한다고 합의한 것은 경악할 만한 소식이었습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서 “김종생 총무께서는 이번 부활절연합예배 참여를 통해 명성교회 부자세습에 완전한 면죄부(면벌부)를 준 것입니다. 총무는 개인이 아니기에 NCCK가 명성교회에 면죄부를 써준 것입니다”라며 NCCK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은재 전도사와 전남병 목사 외에 또 다른 실행위원 A 씨도 NCCK의 부활절연합예배 참여에 반대하며 위원직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정평과 NCCK 여성위원회·· “예배 장소 변경할 것”

NCCK 부활절연합예배 참여를 두고 NCCK 내·외부 단체들의 규탄 성명서가 잇따라 발표됐다. NCCK 여성위원회는 지난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1회기 총회는 한국교회 공공성 회복을 위해 대물림 금지를 선언한 바 있다”며 “교회협 100주년인 올해에 그간 진보·보수의 한국교회가 따로 드렸던 부활절연합예배를 함께 드리는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나 그 장소가 명성교회인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협 100년 역사에 오점이 남지 않도록 2024년 부활절연합예배 장소 변경”과 “불가할 시에는 교회협이 부활절연합예배를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

목정평은 교단과 지역 목회자들의 협의체이다. (출처=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SNS)
목정평은 교단과 지역 목회자들의 협의체이다. (출처=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SNS)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이하, 목정평)는 지난 15일 “NCCK는 부활절 연합예배 장소를 변경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1 “명성교회는 연합예배의 장소로 합당하지 않다”며 “명성교회는 부자세습을 강행하여 교회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점과 “부활절 예배를 보수 교회와 연합으로 드리겠다는 것과, 장소를 명성교회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행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밝혔다. 이어 “명성교회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린다면” 그것은 예배가 아닌 “세습한 김하나 목사의 대관식”이며 “위임한다고 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월권이며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교회협은 명성교회에서 연합예배를 드리는 일을 중단하십시오. 교회협은 주님의 십자가에서 죽음과 부활하시는 현장에서 예배드려야 합니다. 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들과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합니다”라고 촉구했다.

목정평 윤병민 상임의장은 18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목정평 내 몇몇 목회자들이 NCCK 총무 선출 과정, 예장통합 제108회 총회, 또 이번 연합예배까지의 과정을 굉장히 우려하시는 목소리들이 있었고, 회원들 상당수가 NCCK와 긴밀한 연관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목정평에서 목소리를 내야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설명했다.

2024 부활절연합예배 참여에 관해 한 NCCK 측 관계자는 지난 15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부활절연합예배 참여에 관해 NCCK 내 다양한 단위들이 여러 가지 재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대화를 통해 해결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NCCK는 부활절 연합예배 장소를 변경하라!

-우리는 명성교회를 거부한다.

민주주의와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온 교회협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합니다. 교회협은 지난 시대에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노동자와 농민, 빈민들이 고통당할 때 함께 손잡고 함께 걸어왔습니다. 이주노동자들과 난민들을 보살피는 일에도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교회협은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일이 하나님의 사랑이며 교회의 사명임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도 중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목회자들은 교회를 새롭게 하고 선교의 지평을 넓혀온 교회협을 존중하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교회를 새롭게 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줄 것을 기대합니다. 교회 연합 운동의 발전을 위해 교회협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최근 교회협은 보수 교회들과 연합하여 2024년 부활절 예배를 드리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장소가 명성교회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입니다. 우리는 명성교회에서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는 것을 반대합니다. 명성교회는 연합예배의 장소로 합당하지 않습니다.

김삼환 목사 일가는 하나님의 공교회를 가문의 교회로 사유화하였습니다. 김삼환 목사는 부자 세습을 강행하였습니다. 소속 노회와 교단의 반대를 돈과 힘으로 누르고 세습을 합법화하였습니다. 총회의 헌법과 제도를 무시하였습니다. 명성교회는 부자 세습을 강행하여 교회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 명성교회는 공교회를 사유화한 현장이고 한국교회의 명예와 자부심을 짓밟는 현장이며 주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현장입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짓밟고 주님의 몸인 교회를 더럽히는 명성교회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릴 수 없습니다. 명성교회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린다면 예배가 아닙니다. 세습한 김하나 목사의 대관식입니다. 우리는 세습의 대관식을 반대합니다. 명성교회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는 것은 무덤문을 다시 닫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협은 명성교회에서 연합예배를 드리는 일을 중단하십시오. 부활절 예배에 합당한 장소를 다시 결정하십시오. 부활절 예배를 보수 교회와 연합으로 드리겠다는 것과, 장소를 명성교회로 결정하는 과정들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실행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위임한다고 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월권이며 잘못입니다.

교회협은 주님의 십자가에서 죽음과 부활하시는 현장에서 예배드려야 합니다. 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들과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로 고통을 겪는 이웃들과 함께 주님의 부활을 찬양하는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죽음으로 내몰린 팔레스타인인들의 피울음이 들리는 곳에서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혐오와 차별 속에서 신음하는 이웃들과 함께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교회를 교회답게 만들 수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교회협은 세습의 대관식 장소인 명성교회에서 돌아서십시오.

죽음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바르게 예배할 수 있을 때 공교회를 바르게 세울 수 있으며 창립 100주년의 역사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빛나는 2024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3월 15일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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