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역자 동역사 명칭, 여성 더욱 차별화하고 위계화하는 것”

지난해 예장합동 108회 총회가 열렸던 새로남교회(사진=평화나무)
지난해 예장합동 108회 총회가 열렸던 새로남교회(사진=평화나무)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교단(총회장 오정호, 이하 예장합동)이 지난 2월 27일 여성 사역자에 대해 ‘동역사’ 명칭 부여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교계 단체들이 “이는 남성과 여성을 더욱 차별화하고 위계화하는 고육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총회 당시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가 이틀 만에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후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팀(위원장 류명렬)은 27일 제4차 전체 회의에서 목회하는 여성에게 ‘동역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교회개혁실천연대를 비롯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법률가회 등 21개 단체는 22일 “이는 삼위 하나님이 존귀하고 평등하게 여기신 남성과 여성을 더욱 차별화하고 위계화하는 몰지각한 고육책으로 생각한다”며 ‘동역사’ 명칭 부여를 강하게 규탄했다.

“예장합동, 고육책 멈추고 여성안수 정면 돌파해야”

이들은 ‘예장합동은 고육책을 멈추고 여성 안수 정면 돌파하라’는 성명을 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 총회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팀은 제4차 전체 회의를 통해 ‘동역사’ 명칭 부여 방안을 내놓았다”라며 “예장합동 총회가 시대적 과제에 정면 돌파하지 않고 누구나 알고 있는 근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자꾸 시간을 끌고, 상식과 절차에도 없는 모순된 미봉책을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깊이 우려하는 바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총회 헌법과 남성만의 총회 분위기로 인해 당장 여성 목사를 허용할 수는 없으나 이를 반대하는 논리적 근거도 부족하고, 현실적 요청도 외면할 수만은 없어 목사는 아니지만 목사 비슷한 권한을 만들려다 보니 ‘강도사도 아닌 강도권’이나 ‘동역사’ 같은 이상한 말을 만드는 일들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며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목회를 위한 수련 과정과 절차를 밟고 동일한 역할을 수행해도 ‘목사’라고는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제라도 무엇이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합당한 것인지 원점에서 마음 열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 목사 안수는 여성들의 요구가 거세니, 조금씩 뭔가를 던져주는 수혜나 배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 강도권 뒤집은 것에 대해 사과할 것 ▲여성 사역자와 신학생 의견 청취할 것 ▲여성 안수 제도를 연구하고 정면 돌파할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예장 합동 총회의 ‘동역사’ 명칭 부여를 규탄하는 성명서]

목회하는 남성은 목사! 목회하는 여성은 동역사?

예장합동은 고육책을 멈추고 여성 안수 정면 돌파하라!

지난 2월 2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 총회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팀(여사위TF팀·류명렬 위원장)은 제4차 전체 회의를 통해 ‘동역사’ 명칭 부여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해당 총회가 작년 108회 총회 당시, 스스로 제안한 강도권 부여를 회의 원칙까지 어기면서 이틀 만에 철회하며 생긴 모순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우리는 예장 합동 총회가 어떻게든 이 난제를 풀어보려고 과거보다는 더 고민하려는 것을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시대적 과제에 정면 돌파하지 않고 누구나 알고 있는 근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자꾸 시간을 끌고, 상식과 절차에도 없는 모순된 미봉책을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깊이 우려하는 바이다. 총회 헌법과 남성만의 총회 분위기로 인해 당장 여성 목사를 허용할 수는 없으나 이를 반대하는 논리적 근거도 부족하고, 현실적 요청도 외면할 수만은 없어 목사는 아니지만 목사 비슷한 권한을 만들려다 보니 ‘강도사도 아닌 강도권’이나 ‘동역사’ 같은 이상한 말을 만드는 일들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아들을 아들이라’ 할 수 없었던 홍길동의 비극처럼 ‘목사’를 ‘목사’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은 왜인가.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목회를 위한 수련 과정과 절차를 밟고 동일한 역할을 수행해도 ‘목사’라고는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안되는가? 여성 사역자들의 피눈물 나는 호소가 들리지 않는가? 이런 모습이 한국 사회가 더욱 한국교회를 외면하게 만드는 일인 줄 모르는가!

물론 예장 합동만 아니라 예장 고신과 예장 합신 역시 ‘여자는 남자를 가르칠 수 없다’(딤전 2:11~12)는 성경의 근거를 내세우며 ‘성경대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바울이 목회 신학적 차원에서 제시한 그 구절은, 남녀가 동일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다는 인간 창조의 대원칙(창 1:27, 고전 11:11~12, 갈 3:28)보다 앞세우면 안 되기에 여성 안수가 성경 말씀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대다수 기독교 교단들이 여성 안수를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당 교단의 역사는 존중할지라도, 이제라도 무엇이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합당한 것인지 원점에서 마음 열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초대교회 예루살렘 총회의 정신이기도 하다(행 15:1~29). 여성 목사 안수는 여성들의 요구가 거세니, 조금씩 뭔가를 던져주는 수혜나 배려가 아니다. 더구나 여성 목사 안수는 단지 여성 사역자 지위 문제만도 아니다. 교회 내 심각한 성폭력 문제나 교회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성도의 목회적 요구를 받아들여 교회를 건강하고 풍성하게 세워가는 데 필수적인 일임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예장 합동 총회에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과 같은 형상을 지닌 여성들의 마음을 담아 이렇게 요구한다.

하나, 예장 합동 총회는 지난 가을 정기총회에서 회기 중 결의한 ‘여성 강도권’ 허용을 이틀 만에 뒤집어 회의 절차에 어긋난 파행을 보였는데, 이제라도 합당한 설명을 하고 이에 분노하고 상처받은 여성 사역자들에게 사과하라!

둘, 예장 합동 총회 여사위TF팀은 최근 동역사 제도를 제시하면서 당사자인 여성 사역자 및 여성 신학생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하여 교계 내 혼란을 준 것을 사과하고, 추후 관련 논의 시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으라!

셋, 예장 합동 총회는 이제라도 남녀가 동일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인간 창조의 대원칙의 성경적 원점에서 여성 안수 제도를 연구하고, 더이상 고육책이 아니라 정면돌파하여 논의하라!

2024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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