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7주기 맞아 기자회견 열려
"이제는 뼛조각이라도 거둬서 그 뼛조각에 따뜻한 온기라도 불어넣고 싶어"
"7주기가 되는 3월 31일이 부활절 ‥ 부활절에 동생의 넋 위로하는 것 의미 있어"
"우리가 모여서 힘을 보일 때 조금 더 사람답게, 안전하게 될 수 있어"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위해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사진=평화나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7주기를 앞두고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연합예배’와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재난참사피해자연대’가 정부의 미수습자 유해 수습과 시민들의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참여를 촉구했다.

2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전남병 사무총장(고난함께)이 사회를, 송경용 신부(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정책위원)가 여는 말을, 송지훈 사무국장(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연합예배), 유해정 센터장(재난피해자권리센터), 허경주 부대표(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발언을 맡았다.

전남병 사무총장은 “기독교 원리상 7년째가 되면 이제 쉬어야 하는데 여전히 유가족들은 싸우고 있다. 하나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나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참담하다”고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하지만 스텔라데이지호의 싸움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마음을 모으고 신발끈을 조인다”는 말로 기자회견의 시작을 알렸다.

첫 번째 발언자로 마이크를 잡은 송지훈 사무국장(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연합예배)은 “스텔라데이지 선원분들은 여전히 미수습자로 남아 있어 가족분들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계신다. 그래서 몇 주기라는 표현도 쓸 수가 없다. 올해는 7주기라고 표현하시게 되었지만 아프고 쓰라린 그 마음을 감히 헤아리기가 어렵다”며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에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와 연대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기독교는 고난과 죽음으로 그치는 것에 저항하여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부활을 소망한다.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할 것’이라는 약속을 붙잡으며 언젠가는 이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끝날 때를 함께 바라며 스텔라데이지호와 그리고 재난참사피해자연대와 계속해서 연대할 것”이라며 오는 3월 3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드리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송경용 신부는 지난 12월 7일 선고된 부산지법 판결을 언급하며
송경용 신부는 지난 12월 7일 선고된 부산지법 판결을 언급하며 "정부와 선사 그리고 사람을 죽게 만든 자들이 책임을 인정만 해도 이렇게 부모와 가족은 또 다른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평화나무)
유해정 센터장은 "이제는 뼛조각이라도 거둬서 그 뼛조각에 따뜻한 온기라도 불어넣고 싶다"는 한 유족의 말을 인용하며 "가족의 유해조차 수집하지 못하고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국가가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국가인지"를 물었다. (사진=평화나무)
유해정 센터장은 "이제는 뼛조각이라도 거둬서 그 뼛조각에 따뜻한 온기라도 불어넣고 싶다"는 한 유족의 말을 인용하며 "가족의 유해조차 수집하지 못하고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국가가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국가인지"를 물었다. (사진=평화나무)

"스텔라데이지호는 몇몇 개인의 불행한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참사"

미수습자의 가족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를 알리고자 목소리를 높였다. 미수습자 허재영 씨의 누나인 허경주 부대표는 참사 후 7년간 정부의 무관심 속에 유족들의 끈질긴 수색 요청과 법정 투쟁을 통해 밝혀진 진실을 알렸다. 허 부대표는 작년 12월 7일 부산지방법원이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이사한테 3년 금고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언급하며 “김완중과 그 밑에 몇몇 직원들이 이 배에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를 뻔히 알면서 선원들의 생명과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기 위해서 얼마나 파렴치한 짓을 했는지 우리나라 법원이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폴라리스쉬핑이 항소하며 2심이 예정되어 있고, 앞으로도 몇 년간 더 법정 싸움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 부대표는 “이번 7주기를 지내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제대로 된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그것만이 단순히 스텔라데이지호를 몇몇 개인의 불행한 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참사였음을, 그렇기 때문에 스텔라데이지호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임을 알리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조금 더 안전한 세상이 되고 제 동생이 억울하게 젊은 나이에 희생당해야 했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허 부대표는 “동생을 기릴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동생의 영혼이라도 위로해 주고자 천도재를 올리기로 결심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7주기가 되는 3월 31일이 예수께서 부활하셨던 부활절이라고 한다”며 “동생의 장례를 제대로 치르고 예를 갖추지는 못하지만, 부활절에 동생의 넋을 위로하는 나름의 의식을 치른다는 것이 저희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31일 부활절에 저희와 같이 해주시고, 동생도 위로해 달라. 단순히 한 개인의 위로가 아니라 모두가 이렇게 모여서 힘을 보였을 때 여러분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꼭 인지하시고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시민들의 연대를 요청했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7주기’를 주제로, “보아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다”(마태복음 28:20)를 제목으로 정했다. 연합예배는 오는 3월 31일(부활주일) 오후 3시 30분에 용산 대통령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정문 앞(삼각지역 12번 출구에서 약 200미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미수습자 이등항해사 허재영 씨의 누나 허경주 부대표와 가족들은 오는 3월 31일 허 씨의 영혼을 위로하고 넋을 기리고자 천도재를 지낼 예정이다. (사진=평화나무)
미수습자 이등항해사 허재영 씨의 누나 허경주 부대표와 가족들은 오는 3월 31일 허 씨의 영혼을 위로하고 넋을 기리고자 천도재를 지낼 예정이다. (사진=평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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