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 사칭 글 소개한 김경재, "카카오톡에서 본 글일뿐"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가 지난 2월 15일 광화문 광장 집회에서 소개한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101세)의 글이 가짜로 드러났나. (출처=너알아tv)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가 지난 2월 15일 광화문 광장 집회에서 소개한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101세)의 글이 가짜로 드러났나. 이 글은 한국일보가 지난달 18일 보도에서 김형석 교수와 직접 통화해 그의 사칭 글임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김경재 전 총재는 "카카오톡에서 본 글"이라며 "김형석 교수를 사칭한 글인 줄 몰랐다. 확인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재는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제 얘기가 아니라 101살 먹은 유명한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글"이라며 "(이 분은) 아주 점잖고 과격한 말을 안 하시고 항상 중간에 서서 통합을 위한 대화를 외치는 분인데 기가 막힌 글을 하나 썼다. 제가 여러분에게 전문을 읽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가 김 교수가 쓴 글이라며 낭독한 내용에는 국민에게는 ‘등급’이 존재하며,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무지렁이 ‘민초’와 글과 문제점을 알고도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 ‘백성’, 불의에 저항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시민’으로 구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들에게도 등급이 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로 숨을 쉬지만 국민들 격이 다르다. 첫째는 여러분에게 묻겠다. 문재인이 깽판을 쳐도 괜찮다고 보는가. 두 번째 종북 사회주의 국가로 바뀌어도 잘 살 수 있다고 보는가. 나는 방관해도 누군가 막아 준다고 보는가"

또 “나라가 망해간다. 안보가 무너지고 경제가 망가지고 민생이 파탄 나고 일자리가 소멸이 되고 침묵하다 못해 그렇게 만든 자를 지지하는 한국 국민들은 분명 시민은 아니고 어리석은 백성과 민초들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배웠다고 안다고 우기면서 하는 짓이 민초 짓이라면 개와 돼지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입고 먹고 쓰는 것은 세계적 수준이나 아무 생각 없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낸다면 역시 개, 돼지들"이라며 현 정권의 실정에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을 '개, 돼지나 다름없는 민초'로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총재는 해당 격문을 낭독하면서도 "101살 먹은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글"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전문을 낭독한 뒤 "왜 우리는 백 살이 넘어서 인생을 마감하고도 남을 우리나라 원로에게 이렇게 피 터진 하소연과 충고를 들어야 하느냐"며 현 정권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 전 총재가 김형석 교수의 글이라고 소개한 ‘국민에게 고함’은 누군가 김 교수 이름을 사칭해 쓴 글로 확인됐다.

한국일보는 2월 18일자 보도에서 김 교수와 직접 통화해 확인한 결과 김 교수는 "누가 내 이름을 도용한 것 같다”, “이 글은 내가 쓴 글이 아니다"라고 밝혔음을 알렸다. 

김 교수도 조선일보에 연재하는 ‘100세 일기’(2월 22일자)를 통해 “누가 내 이름을 훔쳐 가짜뉴스를 찍어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해명했다. 

해당 글이 누군가 본인의 이름을 도용한 허위 글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김형석 교수가 작성했다며 '국민이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글이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고 있으나, 가짜로 드러났다. (출처=네이버 블로그 캡처)

김 교수를 가까이서 돕는 이종옥 이사장(아가페의 집)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수님이 어떻게 국민을 등급으로 나누고 그러시겠냐"며 "그런 거 안 하시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인에게 받았다’며 그 글을 방송한 이석희 전 KBS 아나운서인가 하는 분의 (유튜브) 사이트도 찾아서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석희 씨의 유튜브 채널(This&that삶)의 해당 영상 댓글에는 이종옥 이사장의 쓴 글이 있었다. 그는 "(김형석 교수는) 국민들을 폄하하는 말씀, 국가가 당장 붕괴될 것 같은 강력하고 편향된 용어를 써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게 하는 비상식적인 글은 쓰지 않는다”며, “김형석 교수님을 빙자하여 국민을 선동하고 자극하는 용어가 들어 있는 내용의 방송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럼에도 이석희 씨는 문제의 영상을 여전히 게시해 놓은 상태다. 

기자는 4일 김경재 전 총재에게 연락해 소개한 해당 글의 출처를 알아보았다. 김 전 총재는 “카카오톡 여러 곳에 있던 글”이라며 “개인적으로 (김형석 교수와) 아는 사이고 그분 글이라 가져와서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가 강도는 약하지만 비슷한 논조의 글을 동아일보 칼럼에 몇 차례 쓴 바 있다”며 “김 교수를 사칭한 글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한국일보가 김 교수 사칭 글임을 직접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고 일러주자, “직접 알아보고 사칭한 글이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총재의 해당 발언은 4일 현재 ‘너알아tv’와 이석희 씨의 유튜브 채널인 ‘This&that삶’에서 조회수가 각각 6만여회와 8800여회를 기록하고 있다. 

김형석 교수의 이름을 사칭해 작성된 문제의 글은 유튜브 영상과 카카오스토리,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여전히 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한편 김 전 총재는 과거에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8000억원을 받았다는 허위 발언으로 징역형을 확정받은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8일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 총재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지으며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공소제기 효력 범위 및 증명책임, 명예훼손죄와 사자명예훼손죄 구성요건, 표현의 자유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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