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긴급 행정 명령은 ‘종교 자유 기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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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의 긴급 행정 명령은 ‘종교 자유 기본권 침해’?
  • 정병진 기자
  • 승인 2020.03.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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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3.27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두고 보수 개신교계가 종교 자유를 보장한 헌법 위반이자 ‘종교 탄압’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개신교계의 이 같은 주장은 법리에 맞지 않고 그다지 설득력도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담화문을 통해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권고하고, “불가피하게 운영할 경우에는 시설업종별 준수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하였다.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직접 행정명령을 발동해 집회와 집합을 금지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총리는 23일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 발언에선 “방역 지침을 위반한 서울시 사랑제일교회 등에 대해서는 집회 금지 명령 등 단호한 조치가 뒤따라야하겠다”고 말했다. 

총리의 이 같은 담화문과 발언에 대해 개신교계 예장통합 총회장, 고신교단 총회장, 연합기관인 한교총(한국교회총연합) 등이 성명서와 목회서신 형태의 글로 유감을 표하고 헌법이 자유를 보장하는 ‘종교 탄압’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중이다. 

25일에는 자신을 개신교인이라 밝힌 이 향씨(제주학부모연대 공동대표,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 15번 후보)가 국무총리실 비서관과 통화하여 코로나 사태 관련 정세균 총리의 긴급 행정 명령에 대해 강력항의한 내용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씨는 “헌법 37조에 따르면 종교 집회, 예배 금지를 할 수 없는데도 정 총리가 위헌적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며 국론을 분열시킨다.”며 현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약 10분간 언성을 높여 맹비난했다. 

이 씨는 “헌법 37조에 의하면, 종교에 대한 집회, 예배 금지를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며 “그럼에도 위헌적인 용어를 함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헌법에 대해서 기초 상식이 없으시거나 아니면 헌법에 대해서 이해를 잘 못 하고 계셔서 실수하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회에만 강행이라는 말씀을 쓰시는데, 직장 출근 강행, 지하철운행 강행, 음식점 영업 강행, 나이트클럽 운영 강행, 이런 표현 안 쓰이잖느냐”며, “신천지랑 교회를 같이 묶어가지고, 이렇게 하는 것은 저희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고, 국민의 국익을 위한다고 하셨는데, 저희들 기본권 권리에 대한 침해”라 주장했다. 

예장통합 교단 김태영 총회장은 24일 발표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목회서신’에서 “기독교인에게 예배를 무시하고 포기하라는 것은 존재의 목적과 삶의 의미를 끊는 것이다. 방역을 넘어 기독교 신앙을 탄압해서는 안 된다. 예배는 중단되어서도 안 되고 중단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예배 강행’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아니라면 지하철운행 강행, 학원 강행, 식당 영업 강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야만 할 것”이라며 이 향 씨와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고신 총회장 신수인 목사도 24일 낸 성명서에서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교회의 신앙에 대하여 강제하거나 금지할 수 없다. ...교회의 신앙 행위는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교총(한국교회총연합)는 25일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봉쇄 없이 ‘자발적 참여’와 ‘불편 감내’라는 민주적 방식에서 벗어나, 강요와 처벌을 앞세운 독재적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극히 우려한다”며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세균 총리가 22일 발표한 담화문과 23일 언급한 ‘집회 금지 명령’ 등의 ‘단호한 조치’가 과연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 자유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 걸까. 관련 헌법 조문을 살펴보자. 

제20조 ①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제36조 ③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제37조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이 같은 헌법 조문에 의하면 모든 국민의 종교 자유와 보건에 관하여 국가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코로나 19사태에서는 언뜻 국민의 이 두 가지 권리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종교 생활할 권리가 있지만 국가가 감염병에서 국민을 보호하고자 종교 집회 제한 등의 조치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 37조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그렇게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며 그 일정한 한계를 그어 놓았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제4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해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도 가능하게 돼 있다. 이를 어길 시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헌법은 분명 ‘공공복리’를 위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 제한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또 감염병예방법은 감염병의 급속한 확산을 막아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자 종교 행사 같은 집회의 제한과 금지를 할 수 있게 규정한다. 그럼에도 이 같은 내용이 혹시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헌법 37조 하단)는 한계에 어긋나는 건 아닐까? 

최윤철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는 ‘종교의 자유’를 다룬 논문(「일감법학」 8(2003))에서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내적인 신앙의 자유를 의미하는 한도 내에서는 양심의 자유에 있어서와 같이 제한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종교 행위로 표출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대외적인 자유이기에 법률로써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신앙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헌법 질서에 저촉되는 경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상대적 자유)”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전염병 예방 및 확산을 막기 위하여 종교적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등의 예를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법학자 정태호 교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일 정부가 일체의 신앙 활동을 못 하게 한다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취지를 전혀 살릴 순 없을 것"이라며 "그런 경우엔 본질적 내용 침해 문제가 대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의 신앙 활동에 대해 간섭하는 게 아니라 모여서 종교 집회를 하는 것이 위험하니 그 행위만 일정한 지침(2M 거리, 마스크, 소독 등)을 지켜 가며 하라는 것이다. 종교 집회를 일체 금한 게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집회를 원천 봉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질적 내용 침해라고 할 수 없다”며 “더구나 개인의 신앙을 간섭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공동의 종교 활동, 그것도 일정한 행태에 대해서만 위험성이 있으니 일정한 지침에 따라서 하라, 이런 거기에 본질적 내용 침해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다만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을 해야 한다. 과잉제한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데, 과잉제한인지도 의문”이라며 “종교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세운 나라인 미국에서도 그렇게(모이는 예배를 중단)하는 판에 우리나라 개신교계 일각에서 ‘이건 종교 자유 침해다’라는 주장을 하는 데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아예 종교 활동하지 말라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총리실 비서관과 통화해 ‘종교 탄압’이라고 강력항의한 이향 씨는 전광훈 씨 주도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지난 2월 1일 연사로 참석한 바 있고, 4.15 총선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 17번 후보란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그의 항의 전화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평범한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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