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김선옥 기자]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5총선을 앞두고 정책 보다는 후보자들의 '말'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선거 전략을 짜고 정책 설명의 장을 마련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의 인식을 드러내는 '말' 한 마디 한마디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왼쪽)과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0.4.9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입에 안 붙나요?...김종인

미래통합당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9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상봉터미널 팔각정 앞에서 진행된 지원 유세 연설 중 ‘미래통합당’을 ‘더불어민주당’으로 잘못 발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번에도 서울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도록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를 많이 국회에 보내시면 문재인 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실정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다”고 발언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김종인 위원장이 미래통합당 당명을 잘못 발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7일 오전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을 ‘민주통합당’으로 말해 진행자를 당황케 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민주통합당에 가기 전에는”, “민주통합당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라고 두 차례에 걸쳐 미래통합당을 민주통합당으로 잘못 말했다.

또 지난 4일 부산 지원 유세 중에는 “부산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봤을 때 최종적으로는 통합당이, 민주통합당이 압승하리라고 믿는다”면서 미래통합당을 민주통합당이라고 잘못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2011년 12월 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뜻을 모은 정당으로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의 실수가 거듭되다보니 후보자들의 거듭된 막말 파문을 수습하느라 피로가 누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9일 차명진(경기 부천병)·김대호(서울 관악갑) 후보가 세월호와 3040 세대에 대해 막말한 것에 대해 "참으로 송구한 마음"이라며 거듭 허리를 숙였다. 

 

황교안의 ‘키 작은 사람’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로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황 대표는 2일 종로 유세 과정에서 '키 작은 사람은 정당투표 용지를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황 대표는 앞서 1일에는 'n번방 사건' 관련자 처벌과 관련해 "호기심에 들어왔지만,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한 (처벌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n번방 사건에 대해 국민적 지탄을 받은지 하루 만에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편협한 사고를 드러냈다"고 비판하자, 이에 대해 불편함도 드러냈다. 

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못 살겠다'고 모두 저에게 말씀하시는데 이것이 실제 상황이다. 이것이 팩트다. 문재인 정권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도외시할 수밖에 없다.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며 "너무나도 무능하기 때문인데, 무능은 술책만을 부른다. 사사건건 꼬투리 잡아 환상의 허수아비 때리기에 혈안이다"고 지적해 또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주동식 “광주,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

부적절한 발언이 또 터졌다. 이번에 막말은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광주 서구갑에 출마하는 주동식 후보의 입에서 나왔다. 광주를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로 폄훼한 것이다. 

주 후보는 지난 8일 KCTV 광주방송을 통해 송출된 후보자방송연설 발언에서 "광주는 80년대의 유산에 사로잡힌 도시, 생산 대신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 과거 비극의 기념비가 젊은이들의 취업과 출산을 가로막는 도시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주 후보가 말한 '제사'는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 후보는 또 문재인 대통령을 '시진핑의 지시를 받는 남한 총독'이라고 표현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기도 했다. 

 

김병욱 “포함은 썩은 땅” 

포항 남·울릉 선거구에 출마한 김병욱 미래통합당 후보는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를 ‘썩은 땅’에 비유해 포항 비하 논란에 휩싸이며 막말 대열에 합류했다. 

김 후보는 한 커뮤니티에서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등 오천읍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글에 한 주민이 김 후보가 보좌관 경력을 부풀렸다며 허위경력 의혹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썩은 땅에 새싹 하나 틔우기 참 힘드네요. 그래도 뿌리내리겠다’는 내용의 답변을 올렸다. 

한동대 장규열 교수는 자신의 SNS에 “포항에서 15년 넘게 살면서 지역을 사랑하게 됐다”며 “어쩌다 이 친구가 후보로 나서게 되었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지만, 자신이 대표할 장소를 '썩은 땅'으로 생각하다니! 저 표현은 지역의 유권자를 욕보이는 막말”이라고 질타했다. 

김 후보는 다시 SNS에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오랜 국회 경험 밑천으로 포항의 새 미래 만드는데 분골쇄신 하겠다”며 “이런 정책대결은 없이 네거티브와 마타도어만 난무한 포항의 선거 풍토를 제가 어느 밴드에서 댓글로 ‘썩은땅’으로 빗댔다. ‘썩은 땅’은 우리 포항과 울릉이 아니라 지역의 낡은 정치권, 구태 선거판을 일컬은 것”이라며 사과했다. 
한편 김 후보는 지난 4일 주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13년 국회의원 보좌관! 일할 줄 아는 젊은 일꾼!'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가 경력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고발당했다. 

김 후보는 인턴비서, 비서관, 보좌관 등 국회에서 근무한 이력을 모두 더한 기간이 13년 2개월이다. 보좌관 경력만 따지면 13년에 훨씬 못 미친다. 

포항 남구의 한 주민은 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포항시남구선거관리위원회에 김 후보를 고발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경력증명서를 떼니 인턴부터 시작해 비서, 비서관, 보좌관까지 13년 2개월을 근무한 것으로 나왔다"며 "선관위에 문의했는데 국회의원실 소속 직원을 보좌관, 보좌진, 비서로 통칭하는 경향이 있고, 지속적이면 몰라도 일회성이면 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토착왜구는 막말” 미래통합당의 역공

연일 막말 파문으로 난처해진 미래통합당도 상대방 당에 ‘막말’ 공세에 나섰다. 미래통합당의 레이더망에 걸린 이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해찬 대표가 8일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통합당을 향해 “미래통합당은 무슨 미래당이냐 지금까지 해온 것이 전부 다 발목잡기, 토착왜구 그런 것 아닌가”라며 막말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또 이 대표는 지난 6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왜 이렇게 부산은 도시가 초라할까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가 지역비하 발언으로 몰렸다. 

 

윤호중 ‘김종인은 돈키호테’ ‘황교안은 애마’...통합당 발끈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박형준 공동 선대위원장을 각각 돈키호테와 애마에 비유했다가 미래통합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윤 사무총장은 7일 현안점검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보면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가 떠오른다"며 "돈키호테는 애마 로시난테를 타고 시종 산초판사를 데리고 불가능한 꿈을 꾼다. 김종인 위원장은 황교안 애마를 타고 박형준 시종을 앞에 데리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가상의 풍차를 향해 장창을 꽂고 뛰어들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 "(김 선대위원장의) 세출 구조조정 등 기존 예산을 전용해 100조 원의 코로나19 긴급재원을 마련하자는 제안은 그야말로 대학교 2학년생들의 레포트 수준이다. 이런 대책을 가지고 망상에 빠져 있는 김 선대위원장이 하루 빨리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는 "건전한 비판과 해학"이라고 해명했으나, 통합당은 "궤변"이라며 고소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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