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전국 253개 지역 지역위원장 긴급대회’에서 발언 중인 전광훈 씨. (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지난 3일 ‘전국 253개 지역 지역위원장 긴급대회’에서 발언 중인 전광훈 씨. (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공식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 됐으나, ‘급사위험’이라고 읍소하면서 보석으로 풀려난 전광훈 씨의 재수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씨가 위법한 일체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풀려났으나 이를 위반하고, 심지어 코로나19 확산을 키워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씨가 담임을 맡고있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숫자는 16일 현재 249명으로 증가했다. 

전광훈 씨는 지난 15일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큰 상황에도 광화문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를 강행했다. 방역 당국이 전 씨에게 자가격리할 것을 주문했음에도 이조차 어긴 처사였다. 전 씨는 집회현장에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그야말로 전 씨의 주장일 뿐이다. 현장에서는 수차례 전 씨의 집회에 참가했음을 인증하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조끼를 입은 참가자들이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또 전 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후 대규모 집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전국에서 지지자들을 끌어모았던 만큼 현 상황은 절대 가볍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전 씨는 대체 얼마나 많이 보석 조건을 위반했을까. 

보석으로 풀려난 후 광폭 행보 
5월부터 대규모 집회 개최
컨퍼런스·말씀학교·신학특강, 이름 달리한 정치집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보석으로 전 씨를 풀어주면서 5천만원의 보증금을 납입할 것으로 조건으로 걸었다. 그러면서 관계자 접촉 금지, 사건과 관련될 수 있는 집회 또는 시위, 위법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해선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전 씨는 당장 5월 17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 설교자로 나서 8.15 국민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월 회비 만원을 납부하는 100만명을 모집해 8월 15일 ‘우주를 엎어버리는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8월 15일 ‘광화문 8.15 대회’ 그때 가면 ‘세균’ 끝나거든? 8.15대회는 우주를 엎어버리는 집회를 해야 돼. (아멘) …8월 15일부터 연말까지는 천 원씩 내는 사람을 1,000만명을 조직해야 돼. 이래야 대한민국이 견고해져"

전 씨는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경북 상주 열방센터에서 ‘전광훈 목사의 청교도 말씀학교’를 개최했다. 명분으로 내건 것은 ‘말씀학교’ 였지만, 이때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독자유통일당이 1.83%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것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부정선거 주장을 이어갔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독자유당에 투표했다가 이번에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철 지난 색깔론으로 물든 전광훈식 가짜뉴스는 수시로 내뱉으며 “8월 15일에 국민대회를 통해 제2의 건국을 하자”고 끊임없이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또 집회에는 김문수 전 기독자유통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이은재 전 순국결사대 총사령관, 이동호 캠페인전략연구소장,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문재인 퇴진 집회’ 단골 연사들도 총출동했다.

전 씨는 경북 상주와 서울을 오가며 이른바 ‘애국운동’을 재개하면서 정치 집회를 이끄는가 하면,  5월 31일 주일예배 설교에서는 6월 6일부터 서초동 집회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변호사님들이 나를 지키기 때문에 다시 감방에 갈일이 없다”며 의기양양해 하기도 했다. 

전 씨는 6월 8일부터는 사랑제일교회에서 신학특강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지지자들을 불러모았다. 목사안수까지 6개월 급행 코스를 선전하면서 개신교계 안팎의 우려도 쏟아졌다. 사랑제일교회에 매일같이 대규모 인파가 본격적으로 모인 것을 최소 이때부터로 파악된다. 

전 씨는 7월에도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다. 교회가 명도 소송에 패소해 철거당할 위기에 직면하자 교회를 비울 수 없었던 것인지, 전 씨는 7월 6일부터 8일까지 홍천에서 열기로 계획한 집회 장소를 돌연 사랑제일교회로 변경했다. 물론 집회는 ‘말씀학교’로 포장됐으나 늘상 열어온 정치 집회와 다르지 않았다. 또 7월 27일부터 29일 3일간 '성령대폭발 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전 씨는 급기야 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열린 '문재인 파면 8.15 예비대회'에 출몰해 약 4분간 발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날 “모든 게임은 끝났다. 남로당의 찌꺼기들과 북한에서 내려온 주사파들의 찌꺼기가 합쳐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문재인이 청와대를 점령하고 검찰, 경찰, 기무사 모든 단체를 점령했다”며 "낮은 단계 연방제를 통해 1국가 2체제를 만들고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북한에다 갖다 바치려고 하는 바로 저 나쁜 놈들을 절대로 좌시하면 안 된다"고 외쳤다. 

다른 집회는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했더라도 이날 집회는 전광훈 씨의 참모진 입장에서도 내세울 명분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과 참모진까지도 이날 전 씨의 행보를 우려했다는 얘기가 평화나무 귀에까지 들어올 정도였다. 

전 씨는 8월 15일 예정했던 대로 집회를 이끌면서 방역당국과 의료진, 국민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함께 애쓴 노력을 모두 허사로 만들어 버렸다. 

앞서 전 씨는 관련자 접촉 금지와 집회 제한 등 보석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법원이 이 요청을 받아들였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 씨는 17일 오전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목사의 자가격리 위반과 보석 조건 위반 여부, 코로나19 조사대상 명단 고의 누락 의혹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또 3일간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허위보도를 낸 언론사를 발표하고 민사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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