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주도 '순국결사대' 유서까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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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주도 '순국결사대' 유서까지 썼다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9.12.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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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씨가 주도하는 청와대 앞 노숙 농성 집회 현장. 지지자들이 집회 후 각자의 텐트를 설치 중이다. 2019.4.3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도 전광훈 씨가 주도하는 청와대 앞 장외 집회가 계속되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불편과 민원을 차치하고라도 이제는 지지자들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화나무>는 노숙농성 현장에 잠입 취재해 이들의 생각을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보았다. 

경찰차를 개조해 만든 임시 화장실은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고, 물도 나오지 않았다. 평소에는 바닥에 스펀지와 돗자리를 깔고 집회를 이어갔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는 대형 천막이 등장했다. 아무리 몇 겹옷을 입고 이불로 꽁꽁 싸매고 있어도 한파는 몸속을 파고들었다. 걸을 때마다 얼어붙은 발끝이 아려왔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불평은커녕, 애국할 수 있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순국결사대원은 5일 “유서까지 쓰고 순국결사대에 들어 왔다”며 “동생들이 죽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 이런 동생들로부터 힘을 얻는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코미디언 출신 신소걸 목사 “문재인 탈원전으로 석탄 때다 아내 폐렴 걸렸다”

5일 저녁 9시. 서울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떨어졌다. 청와대 앞 농성장 인근에 들어서자 설교자(신소걸 목사, 순복음우리교회)의 쉰듯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본래 청와대 철야 농성은 조나단 목사가 주도하지만, 이날은 코미디언 출신인 신소걸 목사가 등장했다. 

신 목사는 “눈치 보지 않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문재인 하야를 위해 이토록 부르짖는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있었느냐. 전광훈 목사님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했다. 

신 목사는 “자고 깨면 고구마 줄기 캐듯이 (비위 사실이) 묻어 나온다”며 “(그런데) 이 인간들이 자고 깨면 다 감춰버린다. 이 정부의 특기다. 드루킹이 왜 드루킹인 줄 아느냐? 들키면 큰일난다고 드루킹이다. 문제가 있어도 무조건 덮어버리고 감추고 속인다. 억장 무너지게 거짓말만 했던 자가 문재인이다”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사람이 먼저라고 하더니, 지 사람이 먼저라는 거였다. 지 사람만 꽂아서 쉬쉬하고 감추고 속이니 피노키오처럼 코가 10미터 앞으로 빠졌다”고 조롱했다. 

신 목사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이 난리가 벌어졌는데 휴가를 갔다 와서는 기독교를 폄하하는 도올이의 책을 읽으라고 했다”며 “예라, 문재인 하야하라”를 외쳤다. 또 “2년 반이 넘도록 김정은 타령만 하고 있던 사람이 문재인이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세운 대한민국, 그 잘살던 나라 대한민국을 어느새 다 헐어버려서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외교·안보·교육·삼강오륜·도덕까지 거덜냈다”며 “도저히 사람들이 살아갈 수가 없다. 폭망해서 더이상 일어날 기력이 없을 때 하나님께서 위대한 지도자 전광훈 목사님 입술을 통해서 기독교인들이 일어나게 하셨다. 이는 성령께서 하신 일”이라고 강변했다. 

신 목사는 아내가 얻게 된 병까지 문재인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무논리 신공을 펼쳤다. 탈원전으로 석탄 때서 전기를 쓰게 하는 바람에 아내가 폐렴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집사람은 산소호흡기를 대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사경을 헤매는 이유는 어디 있느냐, 문재인이가 탈원전을 제일 먼저 했다. (그래서) 청정지역을 다 폐기하고 석탄 때서 전기를 생산하려고 김정은이의 석탄, 그거 캐다가 대한민국 국민 전부 다 암흑천지로 몰아넣게 했다”고 했다. 

그는 애국을 위해 주변의 충고도 가뿐히 무시한다는 듯, “(주변에서) 이제 오리지널 복음만 전해라. 정교분리가 되어 있어 목사는 정치하면 안 된다고 한다”며 “성경이 전부 정치 얘기다. 정권 잡은 자들이 기독교를 훼방하지 말고, 기독교를 폄하하지 말고 핍박하지 말고. 기독교계에 세금 받지 말자는 의미로 정교분리로 세워 놨다. 그런데 이걸 엉뚱하게 세워놨다”고 주장했다. 

정교분리는 종교가 국가 권력과 유착해 일으킬 수 있는 전횡을 방지하고, 종교의 타락과 부패를 막기 위해 규정한 것이지만 신 목사는 그야말로 제멋대로 해석해 대중에게 전파했다. 

신 목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잔여 임기까지”라며, “2018년 2월 24일 24시 이후로 대통령 임기가 끝난 것이다. 그런데 용가리 통뼈냐, 무엇때문에 지금까지 끌고 와서 무슨 자격으로 대통령 행세를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조롱도 빼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삶은 소대가리라고 막말하기도 했다. 

그는 “성령의 역사로 온 나라가 뒤집혔다. 나는 여기 삶은 소대가리 같은 사람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안 된다고 안 된다고 해도 조국을 억지로 그 자리에 앉히는 바람에 빨갱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상 가진 자들이 바퀴벌레 모양으로 스믈스믈스믈스믈...전부 다. 바퀴벌레 모양으로 다 나왔다. 이제는 어떤 놈이 좌파고 어떤 놈이 빨갱이인지 전부 다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은 감나무에 대롱대롱 남아 있는 골은 땡감”이라며 “마지막 떨어질 찰나에 놓여 있다. 떨어지면 개새끼고 안 먹는다”거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개새끼 어쩌고 욕을 하니까 개들이 ‘우리가 왜 쟤보다 못하냐’고 데모를 했다”, “문재인 귀는 당나귀 귀” 등의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전광훈 씨가 주도하는 일명 청와대 광야교회 집회시간을 알리는 표지판. 2019.4.3 (사진=평화나무) 

 

노숙농성 고생은 지지자의 몫, 유서 쓰고 순국결사대 활동까지 

예배가 끝난 후 지지자들은 제각기 움직였다. 여전히 기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하나, 둘 현장을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또 일부는 텐트와 침낭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이후 잠시라도 몸을 쉬게 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평균 신장을 지닌 성인 여성이 발을 온전히 쭉 뻗고 눕기도 어려워 보이는 작은 텐트는 초기엔 두 사람이 한 개를 사용했다고 한다. 텐트 안에 돗자리와 스펀지 이불을 덕지덕지 깔고 텐트 위에는 비닐을 쳤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광훈 씨의 발언 하나하나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대부분 고령인 지지자들은 비교적 젊은 평화나무 취재진이 방문하자, 애국청년의 방문으로 알고 매우 반겼다. 담요를 덮어주는가 하면, 장갑과 따뜻한 차도 가져다주는 등 친절을 베풀었다. 이렇게나 순진하고 착한 교인들이 거짓 목사에게 그루밍(grooming)을 당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했다. 

파주에서 왔다는 한 지지자는 취재진에게 본인이 보는 유튜브를 소개하며, “기존 방송은 문재인에게 다 넘어갔다. 유튜브도 잘 골라봐야 한다. 주로 ‘신의한수’, ‘너알아TV’ 등을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나는 예장통합 소속 교인이다. 통합 교단은 김삼환 목사를 필두로 WCC에 가입했다. 이는 종교다원주의다. 그래서 더는 갈 곳 없는 교인들이 이곳에 나오는 것이다. 여기 오면 기도가 잘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첩을 대통령으로 뽑아 나라가 큰일 났다”며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했다. 

부천에서 왔다는 지지자는 64일째 노숙농성 중이라고 했다. 그는 “3일간 금식한 후, 집으로 돌아 갔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 다시 나왔다. 두 번이나 감기에 걸렸지만, 이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손을 벌벌 떨면서 약(감기약, 신경통약)을 한 움큼 집어 삼키는 사람도 보였다. 본래 몸이 좋지 않다는 이 지지자는 연신 콧물을 훌쩍거렸다. 그는 “나는 충주에서 왔다. 우리 언니는 10월3일부터 계속 노숙 중이고, 나는 지난 토요일(11월30일)부터 노숙 중”이라고 했다. 

순국결사대의 모습도 보였다. 한 순국결사대원에 따르면 순국결사대의 총인원은 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현장에는 20명 이내의 순국결사대가 질서를 관장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순국결사대원들이 유서를 쓰고 현장에 투입됐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순국결사대원은 '정말 순교를 각오한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우리는 순교를 각오하고 유서까지 썼다. 유서 쓰고 심사받아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은 잘 하라(고 격려했고) 동생들은 가거든 죽기 전에는 오지 말라고 했다”며 “동생들에게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결사대 모집을 70대로 했다. 그런데 역량이 젊은 사람들보다 떨어지는 탓에 대구에서는 젊은이들이 결사대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곧 문재인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란 전광훈 씨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전 씨의 비서실장인 이은재 목사는 '유서는 왜 쓴 것이냐'는 <평화나무>의 질문에 ''우리는 죽기를 각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의 기획자는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전광훈 씨는 <평화나무>의 어떤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 씨의 발언 하나 하나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좀 먹고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상황은 안타까움을 안겨 준다. 게다가 70세가 넘으면 당장 저세상으로 떠나더라도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으로 고령의 노인들을 결사대로 모집한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유서까지 쓰게 했다는 사실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전광훈 씨의 내란선동·내란음모 혐의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전광훈 미치광이 전략 누구에게 통했나...손 놓은 수사기관 

5일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전광훈을) 체포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영장이 기각되면 전광훈 목사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것밖에 안 된다. 죄 없는 목사를 현 정부가 구속하려 했다는 프레임으로 몰고 갈 것이다. '종교 탄압'으로 끌고 가면 정권 차원에서도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와 관련한 수사는 실제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야간 집회를 단속할 마음조차 없어 보인다. 경찰은 지난 11월 25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청와대 앞 집회를 하지 말라고 주최 측에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소음 측정 차량이 도착해 형식적인 해산 안내멘트를 몇 차례 날릴 뿐, 별다른 액션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경찰은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오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경찰이 집회 때마다 오지만 우리에게 특별히 해산 요구를 강력하게 하거나 제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이 있어서 우리가 안전하게 집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광훈 씨 측이 청와대 인근 45평짜리 빌라와 원룸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지자들은 생고생하고 있었으나, 전 씨는 농성장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전광훈 씨 측은 청와대 인근에 8명에서 10명이 묵을 수 있는 45평대 빌라와 맞은편 원룸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곳에는 조나단 목사 등이 묵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막 농성은 오로지 일반 교인들의 몫이었다. 그런데도 지지자들은 “전광훈 목사님은 워낙 전국으로 다니기 때문에 바빠서 여기는 잘 오지 못한다”며 한량없는 이해심을 보였다. 

전 씨도 전혀 내적 갈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전 씨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교인과 국민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상황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미치광이 전략은 반공정신이 투철한 교계 원로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도 효력을 발휘했다. 

전 씨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구국기도회에 참석해 세 모으기에 집중했다. 이날 열린 교계 지도자 구국기도회에는 최홍준 호산나교회 원로목사와 정필도 수영로교회 원로목사도 등장했다. 

최 목사는 “이른 아침인데도 부산뿐 아니라 진주에서도 왔다고 한다”며 “전광훈 목사님의 투쟁과 싸움은 목사님 혼자가 아니다. 성령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믿음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의 최고 어른이 나왔다”며 정필도 목사를 소개했다. 정 목사가 전광훈 씨가 운영하는 너알아TV의 애시청자라는 사실도 밝혔다. 

전광훈 씨가 주도하는 문재인 하야 투쟁이 영적 전쟁이며, 이미 이긴 싸움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이 부산 최대 교회라 자랑하는 수영로교회 원로 목사의 입에서 나왔다. 

정필도 목사는 “지금까지 나서지를 않고 기도만 해왔다”며 “이기고 지는 것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 전쟁은 엎드려야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결과를 안다. 우리 주님이 영광 받으실 것이다. 전 세계 다니면서 뭘 얘기하겠나. 하나님의 행하심을 간증해야 하지 않겠나? 하나님이 모든 것을 결정해 놓으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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