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차단에는 무관심, 정치적 이용에는 적극

24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이룸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율 격리장소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입소하고 있다. 2020.2.24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으나, 일부 정치권과 언론, 종교인들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듯 사태의 원인을 호도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어도 부족한 시점에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잿밥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 

한국은 4일부터 코로나19가 시작된 후베이성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론 부족하고 중국 전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는 뜨거워 보인다. 1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은 76만1833명 동의를 얻고 22일 종료됐다.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국민 불안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 확산 핵심, 중국인 입국 금지하지 않아서?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의 핵심이 중국인 입금 금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듯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해외 언론들은 한국이 초기 대응을 매우 잘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지난 2월 18일경 대구 신천지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중국인 입국 금지와 같은 초강수를 두지 않았음에도 안전한 나라로 평가됐다. 지난 1월20일부터 31일 사이 확진을 받은 환자 11명은 모두 우한을 방문했거나 이들과 접촉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또 국내 중국인 확진자는 총 6명인데 이들로인한 2차 감염 사례는 없었다.

문제는 신천지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매일 숫자가 갱신되는 중이다. 
24일 오후 4시 기준 대구483명, 인천 2명, 광주 9명, 울산 4명, 세종 1명, 강원 7명, 경남 20명 등이 모두 확진 경로가 신천지대구교회로 파악되는 확진자다. 신천지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 관련 집단 감염자가 전체의 74.6%나 된다.

더욱이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란의 경우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지난달 31일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해 중국인 입국을 선제적으로 차단했으나, 23일 기준 8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또 지난달 말부터 일찌감치 중국 직항 항공편을 중단하고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이탈리아와 이달 초부터 중국 전 지역의 외국 국적자 입국을 차단한 싱가포르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중국 관련 입국을 제한하더라도 완벽하게 바이러스를 차단하기는 쉽지 않고 현재 국내 상황은 환자가 외부에서 유입되는 단계를 이미 지난 상황이라는 것. 

 

전염병마저 정치적 도구로 이용 

 미래통합당 대구 경북 지역 주호영 의원 등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대구·경북을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 지원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도 미래통합당은 24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에도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 등 강력한 대책을 주저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한발, 두발씩 계속 늦고있다"며 "부실 늑장 대응이 반복되는 구조적 환경 때문이다. 아직도 위기 인식 수준이 현실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중국인 입국 금지가 필요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권 시장은 24일 열린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외교적인 부분을 감수하고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던 나라에선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더디다"면서 "그때 조치하는 게 옳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때늦은 감이 있다"고 발언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2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된 전광훈 씨(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는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는 하지 않은 채 광화문 집회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종교 탄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언론들도 한결같이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를 구호처럼 외치는 모습이다. 

중앙일보는 24일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중단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주말 내내 전 국민이 공포에 떨었고, 특히 확진자가 집중된 대구·경북은 패닉 상태다. 세계 각국이 우리 국민의 입국을 거부하는 ‘코리아 포비아’도 확산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친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가 혹독한 대가를 초래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앞서 22일에는 <코로나 전국 감염…어영부영하다 재앙 키웠다>는 사설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24일 <[박재균 칼럼] 정권의 오만이 재앙을 키운다>은 무려 “일본이었다면 어땠을까”로 시작한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일본이라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을까”라고 반문한 것이다. 이 글은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중국과 일본을 대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중국 국가 주석과 나눈 통화내용에서 핵심은 두 나라의 임상치료 경험을 공유하고 방역당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있다. ‘중국의 어려움은 한국의 어려움’이라고 말한 것은 위로이자,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염병의 특성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그 취지는 의도적으로 왜곡됐고 본질은 훼손됐다. 

헤럴드경제는 24일 대구지역 민심이 담긴 르포 형식의 기사를 냈다. 제목은 <코로나 직격탄 맞은 대구...“지금이라고 중국인 입국 막아야”> 였다. 기사는 썰렁한 동성로 상인들의 한숨 섞인 답답함을 담아냈고 시민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현장 확인을 하지 않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지적하는 시민의 목소리와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의 목소리, 중국인 국내 입국 금지라는 정부의 초강수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 등이 담겼다. 제목만 보면 대구시민 전체가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기사 전체 맥락을 살펴볼 때 이는 하나의 의견에 지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확진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신천지'를 꼽으며 특단의 대책을 취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도마 위에 올렸다. 

중앙일보는 24일 <대통령은 대구·경북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사설을 내고 “대구·경북에서 처음 환자가 발생한 18일부터 지금까지 국민이 기억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두 가지다. 첫 사망자가 나온 20일 ‘짜파구리’ 오찬을 하며 파안대소하는 장면과 다음 날 감염 확산의 원인을 ‘신천지’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신천지를 거론한 점도 부적절했다. 세월호 사태 때 정부에 쏠리는 비난의 화살을 구원파로 돌린 것과 뭐가 다른가. 근본 책임은 중국인을 입국 금지하지 않은 정부에 있다. 신천지의 폐쇄적인 문화도 짚어봐야 하지만, 본말전도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24일 <中감염원 차단했으면 재앙 없었다, '누가 왜 열었나' 밝히라> 사설을 통해 "며칠 새 코로나가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된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가 신천지 신도 사이에서 자연 발생한 것은 아니“라며 “창궐지인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림자 전파'가 신천지 신도들을 감염시켰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사태 초기 중국을 거친 외국인 유입을 막는다는 방역의 기본만 제대로 지켰다면 신천지 대구 교회가 감염되는 사태도 있을 리 없다”며 “이들도 결국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25일 시사타파에 출연해 일부 언론들의 코로나19 관련한 보도 양태에 대해 "정부가 모든 책임의 당사자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전선이 특정 집단으로 흩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크게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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