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경기도와 신천지 신도 두둔하는 대구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경기도가 신천지 시설을 폐쇄하고 강제 역학조사에 돌입한 가운데, 타 지자체의 코로나19-신천지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속전속결 경기도, “지금은 전쟁 중”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일 모든 신천지 예배당을 폐쇄하고 일체의 집회를 중단하며 모든 모임 장소를 신고하라고 통보했다. 전수조사 방침도 밝혔다. 21일에는 신천지가 불응할 경우 경찰력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종교 탄압’이라는 신천지 측과 일각의 주장에도 “위기 단계에서는 행정력 사용을 망설이는 게 적절치 않다”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23일 신천지 측이 22일 공개한 신천지 시설 주소와 경기도가 파악한 자료와 다르다고 밝혔다. 24일에는 “공식 교회 시설은 물론 복음방, 센터, 기타 명칭을 불문하고 신천지가 관리하는 모든 집회 가능 시설”을 강제 폐쇄하는 긴급행정명령을 내렸다.

경기도는 25일 대규모 행정력을 동원해 신천지 과천 본부에 진입해 강제 역학조사에 나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력과 소방력까지 배치했다. 이재명 지사는 역학조사 현장을 찾아 “명단확보 때까지 철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페이스북에 “신천지 측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확실한 방역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천지에서 제출한 명단과 시설 위치가 부실하고, 신도들이 계속해서 동선을 밝히지 않고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었다. 신천지가 정부에 제출한 명단의 경기도 신도는 3만1608명이었다.

이재명 지사는 26일 “경기도가 신천지에 가서 강제 조사한 명단 3만3582명보다 1974명 적다”고 밝히며, 빠른 시일 내에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신천지가 정부에 제공한 16일 과천 집회 참석자도 1620명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1만 명으로 알고 있었고, 실제 강제 조사를 하니 9930명으로 파악됐다”며 “신천지가 명백하게 사실을 고의적으로 속였다”고 판단, 강력 대응할 것을 밝혔다.

28일 브리핑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DB)
28일 발표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DB)

이 지사는 27일 “신천지에서 ‘드러나면 안 되는 사람들’의 명단을 줄 리 없다”며 “정부가 강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신천지를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전제하기 때문이다. 28일에는 신천지 과천 본부 조사 대상 중 2955명이 연락 두절 상태고, 경기도 내 신천지 22명이 대구에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브리핑했다. 해당 22명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명단보다 많은 인원이었다.

경기도가 발빠른 대응을 하는 데에는 신천지와의 협의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문가 자문, 신천지 피해자 단체, 시민 제보 등을 적극 활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계 이단·사이비 종교 전문가,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신강식 대표) 등이 회의에 참석하여 신천지의 기만 전술, 위장 시설·명단 조사의 필요성 등을 주장하며 시설 위치 등 자료를 제공하여 경기도가 수용한 것이다.

이밖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신천지 시설을 폐쇄했고, 오거돈 부산시장도 명단의 신뢰성을 의심하며 연락 두절 신천시 신도들에 대해 공권력 발동 및 증거 인멸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부천시 등 각 지자체에서도 신천지 시설 폐쇄와 추가 시설 및 명단 파악에 나섰다.

 

신천지에 호소하고 확진 신도 두둔한 대구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한 대구에서는 신천지에 대한 조사가 부실하다며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은 21일 신천지와 대구시기독교총연합회, 사찰 등 종교 단체에 예배 등 다중 모임을 중단할 것을 호소하고 공문을 보낼 것을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신천지 시설을 폐쇄한 조치와 대조된다.

19일 브리핑하는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사진=연합뉴스DB)
19일 브리핑하는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사진=연합뉴스DB)

권영진 대구시장의 24일 브리핑도 논란이 되었다.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도 서구 보건소 감염 예방 총괄팀장에 대해, 권영진 시장은 “(팀장이)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다”라며 “(팀장이) 아직까지 검사를 안 받고 있었으면 알 길이 없는 것이고 신천지 신도였을 뿐인데 이를 문제 삼기 어렵다”며 팀장을 감쌌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다던 팀장은 20일 질병관리본부가 대구에 보낸 신천지 신도 명단에 포함되어, 대구시가 해당 팀장인지 모르고 일괄적으로 명단에 있는 전화번호로 자가 격리를 통보하자 격리에 들어갔다. 팀장은 21일 보건소장에 건강상 이유로 출근을 못한다고 알렸고, 오후에는 자신이 신천지대구교회 출석 신도임을 밝혔다. 이후 22일 검사를 받고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보건소 직원 50명이 격리되고, 일부는 팀장으로부터 감염되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한 명단이 아니었다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이나 혹은 그 이후까지 신천지 신도였다는 걸 밝히지 않고, 심지어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으면 검사를 받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상황이 이와 같은데도 권 시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신천지대구교회 집회에 참석하고도 사실을 숨겨온 해당 팀장을 신천지 신도라는 이유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다.

권영진 시장은 26일 신천지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미 명단을 확보했다고 답했다. “경기도가 어제(25일) 역학조사를 통해 신천지 명단을 압수 수색하듯 받아냈는데, 우리는 명단을 이미 다 확보했고, 자가 격리 조치를 했으며 상당 부분은 검체 조사까지 마친 상태”라며 오히려 앞서있다고도 발표했다. 신천지 관련 시설도 이미 폐쇄해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관리 감독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경찰력이나 공무원들을 동원해 건물 내부를 확인할 권한은 없다며, 대구시도 신천지 명단을 받기까지 “설득도 하고 엄청난 압박도 했다”고 발표했다.

 

확진자 급증하는 천안…천기총과의 협력은?

천안시기독교총연합회(천기총·안준호 대표회장)는 신천지천안교회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등 지역 교계 연합 기관 중 신천지 대처의 선두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신천지는 기독교계에 ‘교리 비교’와 ‘공개 토론’을 꾸준히 요구해오다, 정작 작년 8월 천기총이 공개 토론에 응하여 자리를 마련하자 참석을 거부했다.

당시 공개 토론 등 신천지 대처를 주도하던 유영권 천기총 이단대책위원장은 “천안이 제2의 대구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집중화 도시 형태의 천안은 사람들의 이동 경로가 계속 겹친다는 것이다. 서울과도 가깝기 때문에 감염 확산 위험도 있다.

유영권 이단대책위원장은 천안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전부터 시에 대응책을 제안했다. 경기도의 사례를 들어 신천지 명단을 먼저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서둘러 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안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보내주는 명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신천지가 확인되었느냐는 유 위원장의 질문에도 천안시 관계자는 “아직 안 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유영권 위원장은 천안시의 이동 경로 발표에서 “23일 주일(일요일) 일정이 거의 안 나오는 게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신천지 신도일 경우 예배 모임에 참석했을 수도 있기에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유 위원장에 따르면 천안 확진자들의 일정이 나와도 “23일 저녁에 발열이 있다” 정도로 나온다고 한다.

천안시청 관계자는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구만섭) 시장 권한대행께서 굉장히 바쁘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하루에도 택배나 학원 연합 등 이해 관계에 있는 많은 분들이 뵈려고 한다. (권한대행이) 밤 새면서 지휘하느라 (면담 요청 거부에)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관계자는 또 “물론 기독교연합회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천기총에서) 신천지 이야기도 하더라”며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해줬으면 한다. 이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이에 안준호 천기총 대표회장은 “바쁜 건 알지만 (경기도처럼) 서로 협력 체계를 구하는 게 좋지 않냐”고 아쉬워했다. 안준호 대표회장은 유영권 이단대책위원장의 조언에 양승조 충남도지사와의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27일 오전 브리핑에서 천안 신천지 신도가 2700여 명이며, 유증상자는 21명이라고 발표했다. 28일 발표에서는 충청남도 코로나19 확진자 36명 중 32명이 천안에서 발생했다. 파악된 충남 신천지 신도 5255명 중 유증상자는 87명으로 나타났다.

한 피해자 단체 관계자는 이와 같은 지자체들의 각기 다른 대응에 대해 “위기 상황에서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며 “신천지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피해자 단체나 이단 상담소 등 전문 기관들을 두고 신천지와 협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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