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혐오 전광훈-사퇴요정 이은재의 절묘한 만남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김 후보자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17.6.29 (사진=연합뉴스)<br>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김 후보자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17.6.29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불교 믿는 사람은 모두 감옥에 보내고 중들은 무인도에 가둔 뒤 헬리콥터로 컵라면만 떨어뜨려 주면 이 나라는 기독교 국가가 된다’라는 (전광훈의) 발언에서 보듯 그의 타종교에 대한 적대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단법인 대한불교청년회(회장 하재길)가 지난해 5월 28일 전광훈(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씨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성명의 일부부분이다. 

타 종교에 대한 배타성으로 치면 그의 절친으로 알려진 장경동(대전중문교회) 목사도 오십보 백보다. 장 목사는 2008년 미국에서 열린 집회에서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 스님들이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고 발언해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이처럼 불교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전광훈 씨와 장경목 목사가 설립을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기독자유당의 후신인 기독자유통일당에 미래통합당에서 컷오프된 일명 ‘사퇴요정’ 이은재 의원이 입당했다. 이어 이 의원은 24일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보란 듯이 공천을 받았다. 

논란이 된 건, 이은재 의원의 종교적 배경이다. 그는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각종 언론보도에서 이 의원의 불자 행보가 드러난다. 2018년 12월 23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이 의원을 만나기 위해 봉은사를 찾았다. 중앙일보는 “21일 오전 9시, 이 의원은 봉은사를 찾았다”라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동지(22일)를 맞아 팥죽 나눠주기 행사에 쓰일 새알을 빚기 위해서”라고 썼다. 

또 강창일 국회 정각회 신임 회장(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이 2019년 2월 21일 국회에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 초청 신년법회를 열었는데 이은재 의원은 감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출처=봉은사 홈페이지)
(출처=봉은사 홈페이지)

 

봉은사 홈페이지 신도회 소식란에서도 이은재 의원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2016년 11월 27일 <봉은사 자비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 이은재 의원이 함께 참석했고 2017년 7월 26일 <전통문화체험관 준공식>에도 이은재 의원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2018년 7월 13일 <전통문화체험관 제3관(템플스테이 체험관) 상량식 봉행>, 2018년 10월 24일 개산대재 불교문화행사 K-pop페스티벌에, 2019년 8월 17일 <우란분절 29일 지장기도 회향법회>, 2020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열린 2019년 11월 10일 <학원원만성취 촛불기원법회>에 모두 이은재 의원이 참석했다고 적혀 있다.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 내 사찰을 돌보고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문제 될 리는 없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이은재 의원은 불교방송이 마련한 연중 기획 보도 ‘불심의 정치를 말하다’에서 소개된 내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교방송은 이날 보도에서 “정가의 현장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소개하고 있다”며 “어린 시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다는 이은재 의원의 불교 사랑은 각별하다. 일주일에 한 번, 일찌감치 일어나 강남 봉은사 새벽 예불에 참석하는 건 오랜 세월 이어온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불교방송은 "이은재 의원이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재직 당시, 교내 불교학생회를 직접 조직해 전국의 유명 사찰을 누비며 홍보대사를 자처한 것은 불교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일에 늘 몰두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정치권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18대 국회에서 사찰 템플스테이 정착에 힘을 보탠 일은 지금까지도 가장 보람 있는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추어올렸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이 의원과 불교계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온 전광훈 씨와의 동행은 어색하기만 하다. 

이 의원이 불자 행보가 논란이 되자 기독자유통일당은 이은재 의원이 성은감리교회 집사라고 주장했다. 성은감리교회도 이 의원이 교인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에 등록한 시점이 언제인지 언론 보도마다 엇갈리는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불교방송이 이 의원의 불자 행보를 칭송한 시점이 불과 1년 전이라는 점은 어떤 해명도 무색하게 만든다. 이 의원이 양다리를 걸쳤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이해되는 측면은 있다. 전광훈 씨는 불교에 대한 저주성 발언을 뒤로한 채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그야말로 종교 대통합을 이뤄냈다. ‘반 문재인’ 슬로건 아래, 정치인과 목사뿐 아니라, 승복을 입은 승려까지 단상에 등장해 ‘살아계신 하나님 만세, 살아계신 부처님 만세’를 외쳤다.(2019년11월26일 너알아TV) 전광훈 씨의 대변인이었던 이은재 목사가 나와 “(4.15) 총선에서 하나님의 능력과 부처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역구 사찰과 교회에 양다리를 걸친 이은재 의원과 드디어 타종교에 대한 불편함을 뒤로하고 불자와도 손을 잡은 전광훈 씨 측의 행보가 어떤 화음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출처=블로그 https://blog.naver.com/esedae/221720658948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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