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전광훈 씨가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는 희생을 모른다"며 모금을 독려하는 모습이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나가세~ 나가세~ 주 예수 만을 위하여 목숨 까지도 바치고 싸움터로 나가세"

눈보라가 치는 궂은 날씨에도 예외없이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의 막말과 거짓선동이 광화문 광장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이 곳에서 찬송가의 본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전 씨는 어김없이 모금 독려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전 씨는 21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심각한 부탁을 하려고 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며 집회현장에서 배포 중인 자유일보 구독과 국민노조 가입, 신의한수 유튜브 채널 구독 등을 요청했다.

전 씨는 이날 "조ㆍ중ㆍ동도 믿을 수 없어 자유일보를 만들었으며, 1차로 100만 구독자, 최종 1천만 구독자를 만들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350만개 일자리가 외국으로 쫒겨났다"며 "쫓겨난 일자리를 찾기 위해 국민노조를 결성했다"고 주장했다. 국민노조는 성창경 KBS공영노조위원장이 맡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신의한수는 국민방송으로 결정한다고 했다.

전 씨는 최근 "세계기독청 설립을 시작했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을 발표하며 헌금을 내라고 독촉하는가 하면, 기부금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이후에는 '너알아TV' 후원계좌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에서 자신이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로 바꾸었다. 기부금법에 따라 1천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할 경우 관련 등록청에 모집목적과 액수 등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종교집회의 경우 예외로 간주한다. 전 씨가 후원계좌를 바꾼 것은 기부금법 위반 혐의를 피해가려는 뒤늦은 조치로 풀이된다.   

전 씨는 앞서 17일 화성의 한 리조트에서 집회를 열고, "지금까지 쓴 돈이 135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거때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법 위반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전 씨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는 곳마다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전 씨는 이날 집회에서 모금을 독려하기에 앞서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꾸짖었다. 우파들은 희생을 모른다는 것이다. 

전 씨는 "민주노총은 자기들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소 한 달에 5만원을 월급 들어오기 전에 컴퓨터에서 원천징수 해 한달에 500억 가까이를 모았다"며 "그러나 자유우파들은 대한민국 혜택을 보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또 "희생의 결단 앞에 모든 원수가 물러간다"'며 "이것이 이뤄지면 할복자살해도 좋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돈 내라는 얘기다.  

전 씨는 "한 달에 3만원밖에 안 한다. 이를 통해 정권이 바뀌면 여러분에게 서너배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라면서 "댓가없는 영광은 없다"고 했다. 

전광훈 씨가 주도하는 '문재인 퇴진'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21일 '자유일보 구독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전광훈 씨가 주도하는 '문재인 퇴진'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21일 '자유일보 구독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전 씨는 이날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언론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집회 하루전인 20일 KBS 1TV 시사직격에서 '목사님 어디로 가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전 씨의 정치적 행보를 분석한 내용이 방영된 탓이다. 

전 씨는 "KBS 공중파 저 놈들을 깨부숴야 한다"고 막말했다. 그러면서 "우파중에서도 몇몇 단체가 '전광훈이 저라다 대통령 하려고 한다'고 하는데, 나는 메시아 나라의 왕이다. 메시아 나라의 왕이 대통령을 시시해서 하겠나"라며, 또다시 스스로 신격화했다.  

'신성모독' 논란에도 자신을 맹종하는 지지자들의 세가 꺾이지 않는다고 느낀 것인지, 아예 노골적으로 스스로 하나님이라고 발언한 셈이다. 

전 씨는 "감사한 것은 검찰이 대한민국 편에 선 것"이라며 논란을 자처했다. 그는 "문재인을 내란외환국가시설파괴죄로 체포하길 바란다. 우리 국민은 윤석령 검찰총장에게 명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도 검찰처럼 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하는가 하면, "나라가 어려울 때 5ㆍ16을 통해 나라를 바로 세운 것이 군대다. 검찰처럼 대한민국 군대도 돌아오라"고 말했다. 

전 씨는 지난 7일 집회에서 21일을 마지막 집회이자, 문재인 대통령 퇴진의 날로 예고했던 것을 뒤집고, 앞으로도 계속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전 씨는 지난해에는 2019년 3월 1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했고, 이후 8월 15일, 10월 3일, 12월 21일을 문재인 퇴진 분수령으로 삼는 등, 계속 날짜를 미뤄가며 정치 집회를 이어갔다.  

전 씨는 이를 의식한 듯, "10월 3일부로 문재인은 대통령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주 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내려올 것을 기대했으나 문재인 이 놈이 양심에 화인을 맞아 버티고 있다"며 얄팍함을 드러냈다. 

전 씨의 발언이 끝난 후에는 한차례 헌금바구니와 함께 자유일보 구독신청서가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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