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목사, ‘부노회장’ 되지 못한 섭섭함에 교단 탈퇴 초강수 뒀나
문제제기한 교인들에게 “부노회장인 나를 비판하면, 노회와 총회 비판하는 것”

김명진 목사의 평양노회 부노회장 취임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는 빛과진리교회. (사진=평화나무)
김명진 목사의 평양노회 부노회장 취임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는 빛과진리교회.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빛과진리교회(담임 김명진 목사)에서 상식을 벗어난 리더십 훈련을 감행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김 목사가 교단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속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빛과진리교회(담임 김명진 목사)는 지난해 6월 2일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탈퇴를 공동의회에서 결의했다. 교단 탈퇴 결의가 있기 전인 3월 18일 평양노회 목회자들의 친목도모를 위한 목사회 발족식과 소강석 목사의 종교인 과세 특강이 빛과진리교회에서 열렸던 사실을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예장합동을 나오기 위한 절차는 일사천리였다. 교단 탈퇴를 결의한 다음날인 6월 3일에는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KAICAM)에 가입하고, 6월 13일 내용증명을 발송해 교단 탈퇴와 함께 카이캄 가입 사실을 소속 노회인 평양노회에 알렸다.

예장합동에서 청년사역을 대표하는 교회 중에 하나로 명성이 자자했던 빛과진리교회임에도 교단 탈퇴 소식과 이후에 벌어진 교단 복귀 내용은 교단지인 기독신문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합동헤럴드, 리폼드처치 등 교단 내 사설언론과 C헤럴드, 크리스천투데이 등에서 빛과진리교회 관련 보도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빛과진리교회 교단 탈퇴 소동이 사실상 해프닝에 가깝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소속 교단을 탈퇴한지 불과 4개월여 만에 복귀가 이뤄졌고, 교단을 복귀한 이후에 김명진 목사는 부노회장이라는 자리까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C헤럴드가 지난해 7월 9일에 보도한 <빛과진리교회 임시당회장 박원영 목사 선출> 기사에서 길자연 원로목사(왕성교회)의 발언을 살펴보면, 빛과진리교회의 교단 탈퇴 소동의 대략적인 배경이 그려진다. 당시 길 목사는 노회원들과 빛과진리교회 교단 탈퇴 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노회 정기회와 임시회는 법적 수준은 같으므로 오늘 결의는 합법적”이라며 “하지만 (김명진 목사가) 부노회장 차례인데, (자신이) 되지 않아 섭섭했다고 의사 표현 상태이므로 이 문제를 되돌아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길자연 목사의 설명과는 달리 김명진 목사는 교단 탈퇴 이유를 청년사역에 특화된 자신의 목회에 주력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합동헤럴드가 지난해 7월 10일 보도한 <빛과진리교회, 교단탈퇴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 가입> 기사에서 “김(명진) 목사는 교단탈퇴가 목회에 주력하기 위함이라는 뜻만을 전하고 말을 아꼈다”고 했다.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도 김명진 목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교단 탈퇴 논란이 있었을 당시 자신만의 목회에 전념하기 위해 예장합동을 나와 카이캄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제 평생소원이 목회만 하려고 했다. 대외활동 일체 안 했었다. 노회나 총회가 정치 성향이 있는 편이지 않나? 그런데 우리 교회가 크다보니까 정치하는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분위기”였다며 “카이캄 같은 경우는 거의 교회를 노터치 한다. 또 제 친구도 카이캄이 괜찮다고 소개해서 저는 단순하게 그러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김 목사는 ‘부노회장이 되지 못해 교단을 탈퇴한 것이 맞나’는 평화나무 취재진의 질문에 “약간 와전돼 있다”면서도 “그게 전혀 관계가 아닌 건 아니다. (평화나무가) 이런 것 까지 알고 있는 거 보니까 조력자가 아주 대단하다”고 답변했다.

 

‘교단 탈퇴’는 잠깐, 일사천리로 진행된 ‘교단 복귀’

평양노회는 빛과진리교회의 내용증명을 받은 날인 6월 13일 권면위원회 5인(장필봉ㆍ고영기ㆍ김진하ㆍ강재식ㆍ박원영 목사)을 선임하고 김명진 목사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6월 20일 위원단이 빛과진리교회를 찾았지만 김 목사는 위원단과의 면담 자체를 거부했다. 평양노회는 7월 3일과 6일 두 차례 김 목사를 소환했지만 김 목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노회법대로 처리하라”는 내용증명까지 평양노회에 보냈다.

급기야 빛과진리교회 사태 해결을 위한 임시회까지 열리게 됐다. 평양노회는 지난해 7월 8일 제184회기 제1차 임시회를 열어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박원영 목사(서울나들목교회)를 빛과진리교회 임시 당회장으로 파송했다. 당시 조정위원회는 고영기 목사(상암월드교회), 김진하 목사(예수사랑교회), 강재식 목사(광현교회), 한혜관 목사(애일교회), 박원영 목사, 김용환, 이우희 장로 등으로 구성됐다.

조정위원회는 7월 12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고영기 목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빛과진리교회 교단탈퇴 및 (사)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KAICAM) 가입 건’을 논의했다. 조정위원회의 성과는 당장 나타났다. 7월 31일 조정위원회와의 1차 면담에서 김명진 목사가 교단 복귀를 약속한 것이다. 교단 복귀를 위한 절차도 발 빠르게 진행됐다. 빛과진리교회는 8월 11일 카이캄 탈퇴를 공동의회에서 결의하고, 다음날인 12일 내용증명을 통해 카이캄 탈퇴 사실을 평양노회에 알렸다.

평양노회도 빛과진리교회를 다시 받아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지난해 8월 19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조정위원회의 2차 회의와 9월 3일 김명진 목사와의 2차 면담을 통해 교단 복귀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했다. 빛과진리교회 교단 복귀 건은 10월 14일 경기도 양평 십자가수도원(원장 길자연 목사)에서 열린 평양노회 제185회 정기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빛과진리교회 교단 복귀 청원 건은 별다른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2019년 6월 2일 교단 탈퇴를 공동의회에서 결의하고 불과 4개월여 만에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슬그머니 카이캄에서 예장합동으로 복귀한 것이다.

C헤럴드는 지난해 10월 23일 <평양노회 185회기 정기회, 빛과진리교회 교단탈퇴 원천무효 복귀결의> 기사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빛과진리교회(김명진 목사)의 교단 탈퇴 건에 대해 조정위원회는 과정이 적법치 않아 당회에서 공동의회를 열어 무효를 선언했음을 보고하고 교단복귀를 청원했다. 이에 노회는 만장일치로 복귀를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당시 노회장이었던 장필봉 목사는 “민감한 사안이고 부담감이 있었다. 평화롭게 잘 해결됐다. 눈물로 기도하고 권면했다”며 “차후 문제가 없어야 하며,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야 한다. 노회와 빛과진리교회를 위해 모두 힘써야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석연치 않은 ‘예장합동 탈퇴-카이캄 가입’ 과정

빛과진리교회 교단 탈퇴가 원천무효가 된 이유에는 빛과진리교회와 김명진 목사가 여전히 예장합동 소속인 채로 카이캄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조정위원회는 빛과진리교회의 교단 탈퇴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빛과진리교회 교단 탈퇴 사태 해결을 위해 조정위원회 구성을 결의한 지난해 7월 8일 평양노회 제184회 임시회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노회원 사이에서 격론이 오갔다.

지난해 7월 9일 C헤럴드의 <빛과진리교회 임시당회장 박원영 목사 선출> 기사를 살펴보면, 당시 권면위원회도 “오늘 임시회에서 (빛과진리교회를) 그냥 독립교단으로 보내주든지, 행정회를 치리회로 바꾸어 목사 치리를 하든지, 재판국을 세워 재판을 진행하든지 회원들의 의견을 들어 세 가지 방안 중 택일해야 한다”고 보고하기까지 했다.

C헤럴드 “현재 빛과진리교회가 교단 탈퇴 및 3일 KAICAM(카이캄)에 가입했으나 교회와 김명진 목사는 예장합동에 소속된 상태다. 따라서 재산도 노회 소속 상태”라고 보도했다. 당시 임시회에서 김경일 목사는 “김(명진) 목사의 행보가 불법이다. 유권해석에 무단 탈퇴는 면직에 처한다”며 “공회인 노회 권한을 갖고 권면위가 세 차례나 방문했으나 무시당했는데, 교회는 노회 소속이라서 임의대로 할 수 없으므로 임의 행동한 김(명진) 목사에 대해 노회 원칙과 규칙대로 처리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카이캄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빛과진리교회와 김명진 목사가 카이캄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가입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미 타 교단 소속인 교회는 기존 교단을 탈퇴하지 않고서는 카이캄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카이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교회 현황, 당회 회의록, 교인연서 날인 동의서 등 21가지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빛과진리교회와 같이 이미 교단에 속해있던 교회의 경우에는 탈퇴회의록, 교인연서 날인동의서, 탈퇴 내용증명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또 4~6주가 소요되는 서류심사, 교회 실사 방문, 최종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

카이캄 관계자는 “(빛과진리교회는) 정상적으로 (절차를) 다 밟았다. 서류가 이상이 없어서 가입을 시켰다”며 “정상적으로 탈퇴하고 합법적으로 다 된 다음에 (가입시켰다) 서류가 다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빛과진리교회에서) 장로님이 찾아오셨고, 독자적으로 자유롭게 청년사역과 목회를 하고 싶다고 했었다”며 “뜻이 좋고, 살펴보니깐 합동에 있는 건실한 교회여서 필요한 서류를 다 알려줬고 거기에 따른 절차를 다 밟아서 서류심사하고, 실사도 하고 이상 없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빛과진리교회의 갑작스런 탈퇴 통보에 당혹스러웠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날 (빛과진리교회가) 탈퇴한다고 그러니깐 저희들은 황당했다. 길자연 목사님이 김명진 목사님을 아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며 “(빛과진리교회가) 정상적으로 들어와서 월 회비도 잘 납부했었다. 본인이 다시 가야겠다고 그러니 황당한 건 저희였다. (가입 전) 한두 달 전부터 오셔서 서류도 준비했다. 합법적으로 절차적으로나 (카이캄 가입은) 문제없었다. (빛과진리)교회가 어떤 사정이 있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명진 목사, 교인 압박 위해 부노회장 됐나?

“이제 교회와 싸우려면 노회와 총회 상대로 해서 싸워야 할 것”

김명진 목사는 교단 복귀 이후에도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1월 12일 총신대 신학대학원 신학생들에게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목회 리더십’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전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지난 13일 열린 평양노회 제186회 정기회에서 부노회장으로 선출됐다.

김명진 목사가 부노회장 자리에 열을 올렸던 것에는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빛과진리교회 문제를 공론화시킨 제보자 중에 한 명은 평화나무와의 인터뷰에서 “평양노회 왔다 갔다 한 것도 굉장히 웃긴 일인데, 결국에는 다시 들어가더니 부노회장이 됐다”며 “부노회장이면 자동으로 노회장이 되지 않나? (김명진 목사가) 내년에는 자신이 평양노회 노회장이라고 하면서 ‘내가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이것은 노회를 비판하는 것이고 총회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참을 수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제보자도 “(김명진) 목사가 평양노회 부노회장이 됐다. 곧 노회장이 된다”며 “그런데 최근의 설교에서 ‘이제 우리 교회와 싸우려면 교회만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노회와 총회를 상대로 해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보호받기 위해서 부노회장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잊을만하면 사건 터지는 예장합동 평양노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전병욱 목사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청년사역자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전 목사는 지난 2010년 여신도를 성추행한 혐의로 삼일교회를 사임한지 17개월 만에 홍대새교회를 새로 개척했다. 전 목사는 사임 조건 중에 하나였던 2년간 수도권 개척 금지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교단안팎에서 제기된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평양노회는 홍대새교회를 개척한 전병욱 목사의 노회 가입을 허락했다. 2015년 10월 12일 홍대새교회 노회 가입을 결의한 평양노회 제177회 정기회가 진행된 장소가 공교롭게도 빛과진리교회였다. 평양노회는 노회가 둘로 쪼개지는 상황에서조차 전 목사에 대한 치리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당시 노회장이었던 김진하 목사는 홍대새교회 노회 가입 감사예배에서 “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홍대새교회를 공격하고 전병욱 목사님을 공격하지만, 우리 평양노회는 보호하고 지킬 것”이라며 “이 홍대새교회가 앞으로 한국의 청년 문화를 끌어가는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써 가는 귀한 교회가 되도록 힘껏 밀 것”이라고 전병욱 목사를 격려하고 두둔하기까지 했다.

축사를 전한 강재식 목사도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저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병욱 목사 재판국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제가 꼼꼼한 사람은 아니지만 집요한 사람이라 전 목사에 대한 모든 문제를 낱낱이, 철저하게 살펴본 바 있다”며 “그러다가 노회에서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성경이 말하는 ‘새’의 의미는 근본적으로, 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홍대 ‘새’ 교회도 근본적으로, 질적으로 다른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2013년 10월 25일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예배’ 개최를 주도해 물의를 빚었던 박원영 목사(서울나들목교회)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추모예배에서는 “하나님도 독재하셨다”며 박정희의 독재정치를 미화해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았다. 박 목사는 해피나우 사무총장으로 예장합동의 아이티 구호 헌금을 전용한 혐의로 2015년 제100회 총회에서 5년간 총회와 총회산하 기관 및 유관기관, 노회의 공직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박 목사는 2016년 총회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총회의 징계 결의 과정에서 “노회의 재판 없이 결의를 하였으므로 그 절차적 하자가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2017년 제102회 총회에서 사면 처리됐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