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보수정치인 결탁, 어제오늘 일 아냐
보수 개신교 성장 과정ㆍ수년간 뿌리깊은.. 가짜뉴스 총체적 난국

극우의 상징 전광훈 씨.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전광훈 씨는 종교를 넘어 극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보수 정치인과 언론은 전 씨와 그의 추종자들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고, 교회 역시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극우 유튜버들은 앞다퉈 전 씨의 말을 전달하고, 보수 기독교인들은 사실 여부도 가리지 않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전 씨는 과연 어떻게, 그리고 왜 극우의 상징이 됐을까?

 

전광훈과 정치권의 유착

전 씨가 세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소위 '빤스' 발언이다. 이후 2007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을 공개 지지하며 정치 목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당시 전 씨는 "이명박 장로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고 발언하며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다. 이후 그는 2008년도에 ‘사랑실천당’을 창당하며 노골적으로 정치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다.

전 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땐 “박근혜 대통령 혼자 사과할 일이 아니라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때 이 모든 일이 다 진행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가 하면, 8·15 광복절을 건국절이라 주장하며,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라는 영화의 영화제작추진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건국절은 당시 새누리당이 했던 주장이다.

전 씨는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장성민 국민대통합당 후보 지지를 밝혔다가 돌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하는 변덕을 부리기도 했다. 그는 장 후보가 이승만 장로급의 사람이라고 주장하다가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홍 후보가 차기 대한민국을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라며 말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또 21대 총선에서 범우파의 승리를 위해 김무성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손잡기도 했다. 특히 황 전 대표를 향해 “이승만, 박정희를 잇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아낌없는 애정을 나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전 씨의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전 씨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보수 세력을 규합해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도를 넘은 막말과 가짜뉴스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왔다. 

전 씨의 영향력이 커지자 정치권도 전 씨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제19대 대통령 후보였던 홍준표 의원은 전 씨와 만나 만세를 불렀고, 김무성 전 의원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 찾아가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황교안 전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전 씨가 주도한 집회에 참석해 동조 발언을 하는가 하면 김문수 전 의원이나 김무성 전 의원은 개종까지 하며 전 씨와의 친분을 유지했다.

전 씨는 한기총 회장 자리에 오르며 기독교 입국론을 거론했다. 기독교 입국론에 맞춰 나라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전 씨가 지지했던 사람들이나 정당은 하나같이 전 씨의 말대로 나라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 씨가 자신의 영향력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정치인의 열렬한 지지에 전 씨는 본인이 ‘킹메이커’라고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자신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기를 대통령 만들어준 사람의 말도 안 듣습니다. 저놈의 청와대라고 하는 것은 무슨 귀신이 붙었는지, 이명박도 그렇고, 박근혜도 들어가기만 하면 함흥차사입니다, 들어가기만 하면.

보수 국회의원들을 향해서 자신이 대통령 만들어 주겠다는 둥 허언을 하는가 하면 정부 발표보다 자신의 말을 더 믿으라는 둥, 마치 자신이 신이 된 것 마냥 행동하는 걸 볼 수 있다. 전 씨의 지난해  "하나님! 까불지 마! 나한테 죽어!”, "나는 하나님 나라의 왕", "성령의 본체" 등 하나님의 자리까지 넘보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 교회와 보수 정권

전 씨는 정치적 행보를 할 때마다 자신이 조용기·김준곤 등 교계 원로들의 뜻에 따른다고 주장했다. 또 사랑제일교회는 한경직 목사가 지어준 기념예배당이라고 주장하며 한 목사와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전 씨의 주장일 뿐이다. 그러나 전 씨의 정치적 행보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과거 한국교회의 성장 배경을 빼놓을 수 없다. 

영락교회와 서북청년회

영락교회는 피난민 공동체가 세운 교회다. 영락교회의 초대 목사인 한경직 목사는 이승만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승만 정권은 한 목사와 영락교회 교인들에게 토지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했고, 영락교회는 소위 말하는 ‘빨갱이 사냥’을 통해 남한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다. 한 목사는 영락교회 청년들이 서북청년회를 조직해 제주 4·3 사건을 평정하기도 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전 씨는 자신이 한경직 목사의 정신을 잇는다고 주장해 왔다. 

한경직 목사와 서북청년회.
한경직 목사가 말하는 서북청년회.

김준곤 목사와 CCC

김준곤 목사는 한국 CCC(Campus Crusade for Christ)의 설립자다. 김 목사는 대학생들이 좌파 사상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를 막고자 CCC를 설립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를 찾아가 "대학 내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전개하겠다"며 당시 러시아 대사관이 있던 땅을 요구했고 그곳에 CCC 회관을 건축했다. 또 국가조찬기도회를 만들어 박정희의 유신체제와 전두환을 축복하기도 했다.

ccc
박정희 대통령 추모 예배에서 발견된 CCC 흔적.

김준곤 목사는 엑스폴로(Explo)74를 기획해 한국 개신교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사실상 지금의 개신교는 이 부흥 운동을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그렇기에 한국 개신교가 보수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북 출신의 목회자들은 기독교 내 진보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NCCK를 대신할 연합 기관을 세우기로 하고 한기총을 설립한다. 그러나 한기총 설립을 두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중 하나는 전두환이 NCCK를 견제하기 위해 한기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기총의 초대 총무였던 한명수 목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기총 설립 당시 전두환 정권이 NCCK를 견제하기 위해 한기총을 탄생시켰다는 근거 없는 말이 돌았는데, 총무로 활동하면서 그 소문이 사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며, 한경직 목사를 비롯한 원로들이 군사 정권에 찬성하고, 당시 문화공보부 종무실장이 한기총 초대 회장인 박맹술 회장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 무언가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군부독재 정권에 협력하면서 한국교회는 성장했고, 특혜를 누렸다. 

이명박 장로와 박정희 딸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수 기독교인의 지지를 받았다. 이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통령 후보로 등록하자 교계 각 지도층은 너도나도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 지지를 천명했다. 전광훈 씨의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는 발언도 이때 등장했다. 전 씨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개혁운동’, 금란교회 등 많은 교회와 교계 단체가 이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이 전 대통령은 개신교 세력을 등에 업고 1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한국 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2012년 한기총을 찾아온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에게 당시 한기총 대표였던 홍재철 목사는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홍 목사는 박근혜 후보를 한기총에서 모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도 설교 시간에 과거 아버지와 조상의 잘못을 들추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지지를 노골화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한국 교회는 더욱 노골적으로 칭송했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2013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님은 가정이 없다. 오직 대한민국이 가정이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 통일을 위해서 세워 주신 하나님의 일꾼 고레스와 같은 지도자가 될 줄 믿는다”며 축복했다. 또 같은 해 10월에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 예배에서 광은교회 김한배 목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과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긍정적 사고를 심어 줬다. 딸이 그 정신을 이어받아 대통령이 됐으니 희망을 주는 지도자, 국민들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집회에는 대형 십자가가 등장했고, 참석했던 목사 중 한 명은 “박근혜 대통령은 피해자이며, 역대 대통령보다 깨끗한 지도자다. 촛불 시위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그 속에 빨갱이와 종북 세력이 침투·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정희 대통령 은혜를 갚자”며 박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광화문 집회와 보수 정당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기점으로 광화문에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태극기 집회는 그 세력을 늘려 범국민대회로 그 모습을 바꿨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 교회가 있었다. 한국 교회가 중심이 된 구국기도회가 결국 ‘국민총궐기운동본부’를 비롯한 범국민대회의 초석을 마련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 그리고 이제 그 중심엔 전 씨가 있다.

집회에 등장한 십자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등장한 십자가(출처 뉴스앤조이)

이들의 세력이 커지자 보수 성향의 의원들과 정당도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집회 연단에는 현역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을 꿈꾸는 사람들까지 대거 모습을 드러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교회와 연합한 보수 정당은 갈수록 그 세를 키워나갔다.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는 한국 교회와 보수 정당의 작품이라는 지적도 이런 이유다.

 

전광훈의 막말을 용인해 준 정당과 언론

전 씨의 도 넘은 막말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심지어 바른정당은 날 선 비판을 가했지만 유독 자유한국당만은 아무런 제지를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회를 함께 주최하기도 했다. 2019년 5월에 열린 ‘4대강 보 해체 저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에는 김무성 전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김무성 전 의원은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서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해 버리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자유한국당은 보수 정치 세력화하고 있는 극우 기독교를 향해 단 한 번의 비판도 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꾼 후에도 전 씨와 극우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전광훈 씨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전광훈 씨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보수 언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8·15 광화문 집회가 있기 전에는 전 씨 동정에 관한 기사나 전 씨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만 있을 뿐, 전 씨의 막말을 비판하는 기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심지어 8·15 광화문 집회로 인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이때에도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전 씨의 해명 및 가짜뉴스를 광고라는 명목으로 전면에 게시했다.

한국 교회도 전 씨의 막말을 묵인했다. 전 씨가 “하나님! 까불지 마! 나한테 죽어”라는 신성 모독성 발언을 했을 때조차 교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도 많은 교단이 전 씨에 대해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전 씨의 막말과 안하무인 격 태도에도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지지하거나 묵인하는 분위기 속에 전 씨는 극우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전 씨의 걷잡을 수 없는 행보는 어쩌면 그가 ‘이명박을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이름을 지우겠다’고 말했던 그때부터 이미 예정돼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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