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방역지침 지키며 진행했다”
지정 구역 밖 인원까진 통제 못해
학교 측도 모임 인지하지 못해, 사실상 통제 불능

한동대 홈페이지
'민족과 세계를 품은 대학'이라는 한동대학교 (출처 한동대학교 홈페이지)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코로나 위기에도 한동대학교에서 집회가 열려 학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인원수를 100명으로 제한하긴 했지만 통제가 안 된 인원이 발생하면서 내부에서도 불안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동대 총학생회는 지난 1일 학교 운동장에서 '교수워십'을 진행했다. 총학생회는 철저한 방역지침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행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인원 제한을 위해 명단 작성은 물론, 발열 체크와 손 소독 등 방역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는 주장이다. 우제성 총학생회장은 “앞으로 예배나 신앙 모임을 (대면 모임으로) 갖는 게 어려워 보인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상황에서 한 번 정도는 대면 모임을 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기획했다”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시기에 꼭 교수워십을 진행했어야 했냐는 것. 가뜩이나 대면·비대면 수업 병행으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지금, 집회를 통해 그 위험성을 높일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한 학생은 “마스크 끼고 거리 두면 백 명 모이는 게 정당화되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러다가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 그 책임은 학교가 지냐는 것이다. 또 “방역을 위해 기숙사 안에만 있는데 저런 모임을 보면 ‘내가 왜 이런 노력을 하는가’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전했다.

한동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들
한동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들

한동대 커뮤니티에는 행사에 참석한 교수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도 올라왔다. 이 일로 많은 학생이 불안해할 건 생각하지 않았느냐며 진정 학교와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모임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열변했다.

한동대 재직 중인 교수는 “신천지와 전광훈의 뒤를 한동대가 잇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방역에 헛점 보여, 사실상 통제불능

총학생회 측의 방역 노력에도 불구하고 허점이 발견됐다. 행사에 모인 인원 전부를 제어하지 못한 것이다. 총학생회가 정한 구역의 내부 방역은 잘 됐을지 몰라도 구역 밖은 그렇지 않았다. 지정 구역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여기저기 모여 앉아 예배를 드린 것으로 확인됐다. 총학생회는 그들에게도 거리를 두고 앉아달라고 말하긴 했지만, 구역 밖이라 통제하진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학교가 이 행사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교무처와 교목실, 관리실 등 학교 여러 기관에 연락했지만, 자신들이 주최하지 않아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학교 운동장에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는데 학교 기관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방역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이번 모임은 총학생회가 주관했기에 그나마 방역지침을 준수할 수 있었지만 만일 동아리나 작은 단체에서 모임을 진행한다면 학교에서 손쓸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학교 측은 대면 수업을 병행하며 철저한 방역 지침을 통해 학교와 학생들을 관리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학교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단 이 행사뿐만 아니다. 학교 자유게시판에도 생활관 복도를 비롯해 거리나 체육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학생이 많다며, 학교가 학생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현재 학교에 들어와 있는 인원은 약 18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학생을 관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학교의 통제가
불안에 떨고 있는 학생의 글

한편, 한동대 기숙사에서는 학생 4명이 미열 증세로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기숙사 측은 가벼운 감기 기운으로 보인다면서도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격리조치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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