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 죽었다 보도, 단독 아닌데 단독 붙이고 '제목 낚시'도
코로나19-신천지 과열 보도…성급한 오보와 단독 붙이기 관행 사라져야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이후 6년이 지난 지금도 특정 사안에 대한 언론의 과열 보도에 오보, 무리한 [단독] 붙이기, ‘제목 낚시’ 등이 횡행하고 있다. 일반 언론은 기독교계 언론이 수년 전 다룬 내용을 새로 밝혀낸 것처럼 보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언론 관행에 속도 경쟁보다 신중한 취재와 언론 윤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사진=MBC 뉴스특보 포착 이미지)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사진=MBC 뉴스특보 포착 이미지, 2016.04.16.)

산 사람 죽었다 보도

2014년 4월 16일, 언론은 직접 취재 없이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전했다. 이어진 정정 보도에 국민의 안도와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언론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성급한 단독 보도로 물의를 빚고 있다.

13일 9시 50분경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던 70대 노인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이 발생했다. YTN은 오후 4시 30분경 [단독]으로 ‘“마스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라는 제목으로 방송했다. 하지만 미디어스와 미디어오늘이 종로경찰서와 병원 등에 확인해 YTN의 오보를 밝혀냈다. 해당 노인이 사망하지 않고 치료 중이라는 것이다.

YTN은 오후 7시경 사과·정정 보도를 했다. 당시 뉴스원,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동아일보, 디스패치 등에도 사망 오보가 실렸다가 수정되거나 삭제됐다. 일부 매체는 사과나 해명이 없었다.

YTN은 2015년 6월 메르스 당시에도 환자가 살아있지만 사망했다는 오보를 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드라마 '뉴스룸'의 한 장면(사진=와챠플레이 영상 포착 이미지)
드라마 '뉴스룸'의 한 장면(사진=와챠플레이 영상 포착 이미지)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 나온다. 한 정치인의 피격에 폭스, MSNBC, CNN 등 유수의 뉴스 방송사들이 모두 사망 보도를 냈지만,  주인공 앵커의 뉴스 방송팀은 병원에서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기다린다. 속보를 놓치면 시청자 천 명의 채널이 돌아간다는 질책에도 아랑곳없이 버티던 팀은, 병원으로부터 정치인의 생존 소식을 듣고서야 보도한다.

드라마 '뉴스룸'의 한 장면(사진=와챠플레이 영상 포착 이미지)
드라마 '뉴스룸'의 한 장면(사진=와챠플레이 영상 포착 이미지)

이외에도 YTN은 2월 24일 베트남에 격리된 한국인 한 명을 인터뷰하며 ‘“자물쇠로 잠그고…” 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들’이란 기사를 단독으로 내보냈다. 인터뷰이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빵 쪼가리”를 먹고 있다고 불평했다.

방송 이후 베트남인들과 베트남 한인 교민들이 YTN의 보도와 인터뷰이 한 명의 일방적 주장에 분노했다. 인터뷰이가 “빵 쪼가리”라고 말한 음식은 베트남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식사인 반미였고, 베트남에서는 기계식 도어락보다 자물쇠를 사용하는 문화라는 것이다.

평화나무 취재진과 연락한 베트남 교민은 “개념 없는 교민이 한국인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베트남 문화를 잘 알아보지도 않은 YTN의 보도에도 분노한다. 베트남에서는 격리된 한국인들에게 최선을 다해 현지인보다 훌륭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3월 2일 YTN은 뉴스 방송 영상 댓글로 유감을 표했다.

 

[단독] 보도와 '제목 낚시'

YTN은 13일 ‘[단독] "맹형규 출판기념회, 이만희 참석...교회별 200명 이상 참여"’라는 뉴스를 방송하기도 했다. 제목에 담긴 내용 자체는 새로운 소식이 아니었다. 2006년 1월 서울시장을 바라던 맹형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출판 기념회에 이만희 신천지 교주와 신천지 신도들이 참석했고, 맹 의원이 “이만희 목사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한 내용이었다.

사건 자체는 당시에도 큰 논란이 되었고, 기독교계 언론, 신천지 탈퇴자 증언 등으로 숱하게 나왔던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왜 YTN은 기사에 [단독]을 붙였을까? 보도 내용을 살피니 YTN이 당시 영상과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했다는 것이었다.

디스패치는 23일 ‘[단독] "그가 이만희의 스승이다"…유재열, '싸이' 장인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유재열의 사이비 종교 ‘대한기독교장막성전(장막성전)’ 교주로서의 활동, 장막성전의 탄생·교리·행각·분열, 장막성전에 속한 이만희의 스승 유재열 고소, 유재열 장막성전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과의 유사성, 유재열의 딸과 가수 싸이의 결혼 등 이미 기독교계 언론이나 사이비 종교 전문 언론 등에 나온 내용이 정리되어 실려 있었다.

디스패치가 새로 취재한 것은 출소 후 사업가로 변신한 유재열의 근황이었다. 유재열의 재산을 다루며 사기 행각으로 모은 것으로 판단,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겠다고 했다. 현재 디스패치의 해당 기사에는 [단독]이 삭제됐다.

디스패치 보도는 SBS, 이투데이, 허핑턴포스트, 톱스타뉴스, UPI뉴스, 머니투데이, 스포츠한국, 매일경제, 중앙일보, 부산일보, 국민일보 등이 옮겼고, 일부 매체는 ‘디스패치 단독’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중 국민일보의 한 인턴기자는 ‘“싸이 장인 유재열은 이만희 스승” 디스패치 단독보도’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다. 국민일보는 최소 2012년부터 유재열을 다뤄왔다.

 

[단독] 아닌데 [단독] 보도…제목 오보도 오보

18일 경기도 구리시의 교회들을 돌며 계단 손잡이, 문 손잡이 등을 만지며 다닌 남성이 있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사건이 있었다. 머니S는 오전 11시가 넘어 해당 사건을 [단독]을 붙여 기사화했다. 이후 정오가 넘어 국민일보도 [단독]을 붙여 기사화했다.

당시 머니S는 “해당 남성에 대해 수배를 내린 상태”라고 했으나, 구리경찰서 관계자는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해당 남성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배를 내린 게 아니다”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머니S가 경찰 관계자의) 인터뷰나 공식 루트를 통해서 (기사화)하진 않은 것 같다”고도 했다.

이후 수상한 행동을 보인 남성이 개방 화장실을 찾아 교회를 찾은 대학생이라는 경찰 발표가 나왔다. 머니S는 원 기사 작성 기자가, 국민일보는 다른 인턴기자가 후속 보도를 작성했다.

한편 이만희 교주가 2일 기자회견에서 절을 한 것을 두고 고려 태조 왕건이나 예수 그리스도처럼 희생하는 리더라는 메시지를 담은 신천지 영상이 지난 18일 유포됐다. 영상은 신천지 전문 단체에 퍼지며 유튜브에도 올라왔다.

평화나무는 해당 영상의 분석 기사를 19일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20일에야 이 영상에 대한 분석 기사를 올리며 [단독]을 붙였다. 이미 며칠 전부터 확산한 영상에 [단독]을 붙여 조회수를 높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현재 국민일보는 구리 교회를 찾은 수상한 남성 관련 기사는 [단독]을 떼고 내용도 수정했지만, 신천지 영상 분석 기사에는 여전히 [단독]이 붙어 있다.

여전히 [단독]이 붙은 국민일보 기사. 기사에는 영상을 20일 입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민일보 기사 포착 이미지, 2020.03.25.)
여전히 [단독]이 붙은 국민일보 기사. 기사에는 영상을 20일 입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민일보 기사 포착 이미지,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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